행정 신뢰도 추락, 행정력 낭비, 국비 반납, 손해배상 등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끼친 사안에 대해 5년째 아무런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합동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났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책임규명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익산시가 검토 중이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으면서, 정헌율 시장이 매번 강조해 온 공무원의 ‘결과책임’과 익산시의 ‘무한책임’이 순간 모면을 위한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는 수차례에 걸친 공법변경과 용역중지 및 재개를 반복했다. 10년 가까이 터덕거리면서 행정 불신을 낳았고, 주민 갈등과 반목을 초래했다.

2014년에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사개시 후 민원에 따른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혈세·행정력 낭비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120억4,700만원의 국비가 반납됐고, 기성분에 대한 대금 36억5,000만원이 고스란히 손해로 남게 됐다. 또 공사업체가 제기한 24억2,200만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책임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률에 따른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비가 투입된 공사를 임의로 중단했다는 이유로 2015년 정부합동감사 결과 기관경고와 함께 당시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훈계 조치가 이뤄진 게 전부다.

익산시는 2016년 10월 공사 중단의 대안으로 감량화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관련 공무원 구상권 청구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뤄진 조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손해배상소송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하수도과 예산안 심의에서 익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김태열 위원장은 하수찌꺼기 감량화사업 예산과 관련해 “기존 하던 공사를 중단해 놓고 은근슬쩍 예산을 올리고, 분명히 관련이 있는데 별개의 사업인 것처럼 답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손해배상소송도 금전적 손실이 뻔히 예상되는데, 결과 나오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시간 보내기”라며 “구상권 청구 기회를 잃지 않도록 판결 나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병홍 의원도 “잘못된 판단으로 오랜 시간을 허비하고 행정력이나 예산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데,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현재 행정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책임규명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송이 종료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