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 주민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인 연초박을 배출한 KT&G의 공식사과와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영정사진까지 앞세운 주민들은 지난 10일 오전 11시 KT&G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들이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 때문에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나 몰라라 하는 것이 KT&G의 기업 철학인가,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KT&G를 규탄한다”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연초박으로 인해 환경 참사가 발생했고, 마을주민 80여명 중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고 16명이 투병 중이다. 환경부에 청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옆 마을들과 환경오염물질 배출원인 비료공장 근로자까지 합하면 암에 걸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른다. 암에 걸리지 않은 주민들도 피부병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피해는 2001년 마을 위에 연초박, 피마자박, 주정박, 미강박 등 온갖 폐기물을 재활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비료공장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악취 때문에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 갔고, 2010년에는 소류지로 공장 폐수가 유입돼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7년 4월 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 17년 동안 주민들은 환경오염이라는 악몽에 시달렸다. 주민들이 먹는 물과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이미 발암물질로 오염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환경부 역학조사에 따르면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국 대비 모든 암에서 2.05배, 담낭 및 담도암은 16.01배, 기타 피부암은 21.14배에 이르며, 발암물질을 배출한 비료공장 근로자의 경우도 암 발생비가 익산지역 직장인 대비 11.21배로 매우 높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비료공장과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에서 담뱃잎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이 검출됐고, 비료공장 건조기와 교반기 등 내부시설 뿐만 아니라 비료원료, 사업장 내부 침적먼지와 마을 내 침적먼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됐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11월 14일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비료공장이 KT&G에서 매입한 사업장 폐기물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가열 건조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돼 집단 암 발병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환경부 올바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해당 비료공장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 신탄진공장에서 연초박 2,242톤을 반입해 비료원료로 사용했고, 2009년에는 KT&G에서 반출하는 모든 연초박을 독점적으로 처리했다.

주민들은 “올바로시스템으로 추적되지 않는 2009년 이전에 사용된 양까지 합하면 처리된 연초박은 수천 톤에 이를 것”이라며 “주민들은 수년 동안 비료공장에서 내뿜은 담배 연기를 마시며 살았고, KT&G에서 배출한 폐기물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태도는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또 “KT&G가 적법하게 연초박을 위탁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료공장이 연초박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면서 “외국의 연구논문에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은 보관(저장)장소 온도가 높을수록 생성 농도가 높아진다고 발표돼 있는데, KT&G는 연초박의 유해성에 대해 해당 비료공장에 알린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T&G의 공식사과와 피해대책 마련, 그동안 폐기물 처리업체에 매각한 연초박 내역 공개, 비료관리법 즉각 개정을 통해 퇴비 원료에서 연초박 삭제 등을 촉구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