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억원을 들여 진행하는 각종 용역이 단순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책임회피성으로 진행되고, 특히 시민혈세가 들어간 공동 지적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시민공유가 되지 않고 캐비닛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산시는 2018년 15건 6억6,500만원, 2019년 18건 12억4,000만원 등 2년 동안 학술(연구)용역에만 19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또 내년 본예산에는 기술·학술·공사용역 34건 42억원이 편성됐다.

지난 19일 제221회 익산시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에 나선 한동연 의원은 “시민의 혈세로 추진된 각종 용역의 보고서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지, 유사분야에 활용되고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종 용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용역 후 예산상의 이유로 사업추진이 무산되거나 시급성이 있음에도 사업이 중단돼 예산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고, 유사분야에 활용하면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음에도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3,500만원이 들어간 익산시 청소년정책 중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실태 및 욕구조사 용역, 1,800만원이 소요된 익산거점 APC 용역, 1억원이 들어간 금강·부송매립장 최종복토 실시설계 및 사후관리계획 수립 용역 등이 한 의원이 꼽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 의원은 “각종 용역은 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이뤄진 재산”이라며 “무분별한 용역을 억제해 예산의 효율성을 기하고, 용역결과보고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들이 혁신적인 사고를 갖는다면 용역 이상의 효과를 거양할 수 있다”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임형택 의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각종 기술용역 및 연구·학술용역의 결과물은 시민들의 공동 지적재산임에도 담당 직원이 바뀌면 캐비닛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에 시정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20건이 부랴부랴 한꺼번에 공개됐다”면서 부실을 꼬집었다.

실제 시 홈페이지에 용역결과가 공개되고 있지만 일부는 간단한 개요 외에 보고서 원문은 아예 없는 경우가 있고, 행정안전부가 정책연구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온나라 정책연구시스템(프리즘)에는 2018년 이후 공개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헌율 시장은 “각종 용역의 경우 그동안 방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이나 인력 소모가 너무 많은 경우 부득이하게 용역비를 세워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또 “용역보고서는 각 발주부서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온나라 정책연구시스템(프리즘)과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새로운 용역 때마다 유사분야 용역이 있는지 확인하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정질문 후 시 관계자는 “청소년정책 중장기계획 수립 용역과 부송·금강매립장 용역은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APC 용역은 해당 사업이 취소돼 익산원협의 북부권 APC 건립 추진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