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종강세, 그리고 튀기

환경 현안 외에도 전국적으로 이슈가 돼 불명예를 안게 된 사건이 있다. 바로 정헌율 시장의 인권감수성 수준 논란이 불거진 ‘잡종강세’ 발언이다.

정헌율 시장은 지난 5월 11일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행복나눔운동회 축사 도중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우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 혼혈아를 지칭하는 단어로 ‘잡종강세’라는 표현을 했는데, ‘잡종’이라는 단어가 비하조로 통용된다는 점을 간과한 경솔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또 프랑스 파리 폭동을 운운하며 다문화가족 아이들을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규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언론 취재과정에서의 해명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 시장은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는 식으로 해명에 나섰고, 논란에 대한 해명마저 인권의식 부재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 에두른 사과가 논란에 불을 지펴

지난 6월 25일 익산시청 본관 앞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비롯해 전국의 다문화가족 관련 커뮤니티 소속 이주여성들로 가득 찼다. 약 200여명의 이주여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용어 선택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이주민 당사자에게 제대로 사과하라! 다문화가족 혐오발언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성토했다.

6·25기념행사를 마치고 기자회견 후반에 현장을 찾은 정 시장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사태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직설적인 어법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1등 도시를 만들겠다’는 식의 에둘러 한 표현이 오히려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이주여성들은 진심 어린 사과와 즉각적인 인권교육을 촉구했지만, 정 시장은 즉답 대신 검토 입장을 내놓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과가 도리어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 꼴이 됐고, 이주여성들은 정 시장이 소속돼 있는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을 방문해 정 시장의 제명과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인권교육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정 시장에 대한 징계 건의 공문을 중앙당에 발송했다.

◇ 고개 숙인 정헌율 시장

“인권감수성이 바닥 수준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정 시장은 6월 27일 오전 11시 익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다문화가족 관련 인권감수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동안 다문화가족 당사자 분들의 입장에 서지 못했다. 처절하게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앞서 사과는 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오늘 오후 지역의 다문화가족 대표님들을 찾아뵙고 직접 사과를 드리고 혹여 직접 만나지 못한 분들은 개별적으로 댁을 찾아가서라도 사과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불필요한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SNS 활동을 중단하는 등 자숙의 시간을 갖고,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를 초청해 인권교육을 받고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도 다섯 차례의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태 초기 진정성있는 사과 등 미흡한 대응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이렇게라도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다문화가족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작은 소리도 크게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