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21개 시민사회단체,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 발족

“우리는 시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끝 모를 나락에 떨어진 익산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며, 우리의 노력에 대항하는 그 어떤 시도도 단호히 물리치며 시민의 쾌적한 환경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익산의 환경현안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잘못된 관행과 안이한 대처 등 더 이상 행정의 힘만으로는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익산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지난 7월 23일 익산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박창신·이영훈·이학준·하춘자, 이하 공대위)’ 출범을 선언했다.

맹독성 1급 발암물질 매립장으로 전락해 버린 낭산면 폐석산 일대, 집단 암 발병으로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함라 장점마을, 고질적인 악취, 미세먼지 등 삶의 터전이 망가져 고통과 불편은 물론이고 건강과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공대위는 이날 “익산의 환경문제는 해결은커녕 계속해서 쌓이고 악화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사안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인·허가권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익산시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익산시장과 행정은 악취나 유해물질 배출 우려가 있는 시설을 허가해 줄 때는 시민의 환경과 건강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지속적인 단속으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잘못된 관행과 불법 방치, 안이한 대응으로 오히려 화를 키워왔다.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원인파악과 구호조치를 하고, 책임과 배상 등 적절한 대응으로 시민의 권익을 지키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 이런 대응을 볼 수가 없는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시민의 삶이 피폐화돼 병에 걸리고 죽음에 이르는 지금의 사태에도 익산시장과 공직자들의 태도나 대응을 보면 도저히 시민의 편이라 믿을 수 없는 지경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익산시 환경행정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이제 불신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면서 “끝을 알 수 없이 발생하는 익산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 주권자인 시민이 나서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 영혼 없는 환경행정,   선거 때만 보이는 선출직

지난 8월 8일에는 익산환경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 행동의 날’ 행사를 진행하며 익산시 환경행정과 선거 때만 보이는 선출직 정치인들의 행태를 싸잡아 날 세워 비판했다.

이날 영등동 하나은행 일대에서 펼쳐진 행사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낭산 폐석산 불법 매립 폐기물과 침출수, 집단 암 발병 함라 장점마을, 고질적 악취 등과 관련해 주민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도 모르쇠로 일관해 온 익산시 환경행정과 지역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익산시는 법을 지키기 위한 행정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면서 “더 이상 고통 받고 병들고 죽어가는 쓰레기 같은 환경 속에서 살 수 없기에, 이제는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 단체장 의지 부족하다

지난 9월 26일에는 시민 8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익산지역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고, 그 원인으로는 74%가 단체장 의지 부족, 무분별한 인허가, 공직자 인식부족 등 환경행정의 난맥을 꼽았다.

문제 해결방안으로는 강력한 행정규제와 인허가, 단체장의 강력한 리더십, 환경예산 및 조직 확대 등을 요구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익산시 행정의 안일한 대응이 원인이고, 결국 행정이 보다 의지를 가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2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헌율 시장이 시민들의 환경정책 개혁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며 각성을 강력 촉구했다.

특히 “환경문제가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시민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익산시가 져야 할 책임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고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단체장 의지 부족 등 행정의 난맥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지만, 익산시 행정은 여전히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대위의 환경정책 제안 즉각 수용 ▲환경오염, 예산낭비, 특혜시비를 일으키는 환경기초시설 공영화로 정책전환 선언 ▲환경정책위원회 역할 중 ‘환경관련 민간 인허가 사항에 대한 사전심의 및 자문대상’에 대한 규정 제도화 ▲환경행정과 시정전반에 대한 독립적인 시민 감사 및 조사기구인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제도화 ▲낭산 폐석산 불법폐기물 전량제거 행정대집행 즉각 착수 등을 요구했다.

다음날인 10월 23일 정헌율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함께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해 환경친화도시로 거듭나겠다”며 “시정의 모든 방향을 환경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민참여 및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밝힌 주요 내용은 환경 조직 및 제도 정비, 환경예산 대폭 증액, 시민 참여기회 확대 등이다.

전날 공대위의 환경행정 규탄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15개 제안사항 중 12개를 수용했고, 오늘 밝힌 환경친화도시 추진방안에 대부분이 녹아 있다”면서 유감의 뜻을 표하고 “나머지 중 환경기초시설 공영화 문제는 장소 선정이나 예산 확보 등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시민의견 수렴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