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시책 불구 감소세 여전

익산시가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인구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30만 붕괴 이후 꾸역꾸역 전입을 늘려 연말에는 30만187명으로 30만선을 지켜냈지만, 2018년 1월이 되자 한 달 사이에 무려 1,041명(역대 한 달 최대 감소폭)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더니 2018년 12월까지 매달 평균 510.4명이 빠져나가며 29만4,062명을 기록했다.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인구는 올해 11월말 기준 28만8,215명을 기록하며 29만선도 무너졌다. 게다가 월평균 감소폭도 지난해보다 커진 531.5명을 기록했다.

주소 전입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 등 추진시책이 결국 돈으로 인구를 붙잡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부터 익산시는 연간 5억원 가량을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서류상 인구를 단기적으로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졸업이나 군 입대 휴학 등으로 인해 빠져나가면 신입생으로 이를 메우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5억원이라는 돈을 대학생 이자 지원이 아니라,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지급이나 신혼부부 전·월세 지원, 귀농·귀촌 지원 등으로 전환해 안정적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키포인트는 일자리, 관건은 눈높이

정헌율 시장은 지난 2월 18일 간부회의에서 “인구정책의 키포인트는 결국 일자리”라며 “인구감소의 원인을 분석한 자료를 간부공무원들이 공람하고, 전 부서가 인구정책 및 일자리 발굴에 대해 함께 고민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익산시는 2월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전출자와 전입자 300명을 대상으로 인구감소 요인 분석을 위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출이유 1위는 일자리(59.3%), 2위는 주택(16%)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자리 때문에 전출하게 된 구체적인 사유로는 ‘익산시 일자리의 임금이 낮다’,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 ‘이직시 익산에서 일한 근무경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등의 답변들이 나왔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들을 붙잡을 수 있는 일자리가 인구정책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적게는 50여명에서 많게는 3,300여명의 청년들이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지난 10월 24일 열린 ‘익산시민 100인 인구정책 원탁토론회’에서는 ‘청년이 익산에 남기 위해서 필요한 일자리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외지를 택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기 위한 방안으로 눈높이에 맞는 지역 일자리 확충, 문화예술계열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일자리 창출, 익산 대표 브랜드 발굴 및 특성화, QR코드 등을 활용한 정보접근성 제고 등이 제안됐다.

청년들이 익산을 떠나는 이유로는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혔다. 대부분 생산직 위주이기 때문에 타 도시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얘기다.

이들을 붙잡기 위한 방안으로는 떠오르는 직종이나 지역 내 강소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수막이나 전광판이 아니라 QR코드 같은 방법이 휴대폰으로 손쉽게 반복해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형 현수막전면에 큰 QR코드를 그려놓고 글씨는 최소한으로 기재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아이디어도 제안됐다.

또 타 지역과의 차별화를 위해 문화예술계열을 전략화하자는 방안도 제안됐다. 인문학이나 예술특화단지를 조성하면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보석산업 등 지역 향토산업을 가지고 브랜드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산하면 딱 떠오를 만한 대표 브랜드가 있어야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익산시가 올해 여름 추진한 청년 단기인턴 사업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휴가기간과 겹쳐 인턴에 대한 케어가 잘 이뤄지지 않고 4주라는 짧은 기간 탓에 소속 구성원이 아닌 손님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적성이나 전공, 전문성보다는 단순히 집과 가까운 곳을 지원하는 사례가 있어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전문역량 강화를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귀촌 분야에서는 정착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네트워크와 원스톱 행정체계 구축이 주된 요구사항으로 제기됐다. 또 귀농귀촌 관련 예산이 절대금액으로는 적지 않지만 인구수와 비례해서는 적다는 의견,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기업지원 시스템의 개방, 로컬푸드와의 연계 필요성 등도 나왔다.

보육환경 측면에서는 엄마들 커뮤니티 공간 부족, 워킹맘 고충 해소책 부족, 유모차 관련 환경 열악, 아이들 갈 만한 공간 부족, 출산·임신 이외에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정책 부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타 지역과 다른 교육프로그램, 사회적기업을 활용한 아이케어사업, 보육관련 인재풀 확충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 보육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앱 개발·보급 의견도 나왔다.

◇ 방향 전환, 변화 움직임에 기대

앞으로 ‘청년정착’에 인구시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제까지 학자금 지원이라는 단기적 처방에 의존해 왔다면, 이제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청년들의 니즈에 맞춰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목표다.

인구시책을 각 부서에서 직접 평가하는 제도 도입도 고무적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인구정책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 각 부서 실무자들이 직접 사업의 타당성과 영향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인구영향평가를 실시한다.

특히 다양한 시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부서 담당공무원들이 사업 추진과 인구문제와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인구관점에서 사업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부서별로 진행하고 있는 정책·계획·사업 관련 인구구조와 주민의 일상적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선제적으로 그 영향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검토내용은 예산이 인구증감에 미치는 영향과 인구증가율 제고를 위한 실행전략의 적정성 등이다.

내년 본예산 중 재정사업 24개 부서 45개 사업 528억5,300만원에 이 평가결과가 반영됐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