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결정 탓에 시민 손해 막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는 수차례에 걸친 공법변경과 용역중지 및 재개를 반복했다. 10년 가까이 터덕거리면서 행정 불신을 낳았고, 주민 갈등과 반목을 초래했다.
2014년에는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민원에 따른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전례 없는 결정에 따라 행정 불신은 심화됐고, 120억4,700만원의 국비가 반납되는 사태를 맞았다.
또 기성분에 대한 대금 36억5,000만원이 고스란히 손해로 남게 됐고, 공사업체가 제기한 24억2,200만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책임 규명 및 구상권 청구는 하세월
하지만 이에 따른 책임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년 가까이 오락가락하며 추락한 행정 신뢰도 회복은 물론이고 공사 중단으로 인한 행·재정적 손실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법률에 따른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비가 투입된 공사를 임의로 중단했다는 이유로 2015년 정부합동감사 결과 기관경고와 함께 당시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훈계 조치가 이뤄진 게 전부다.
정부 합동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났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책임규명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익산시가 검토 중이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정헌율 시장이 매번 강조해 온 공무원의 ‘결과책임’과 익산시의 ‘무한책임’이 순간 모면을 위한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2월 제기된 시공사와의 소송은 5년 가까이 1심이 진행 중이다. 소송 대응과 함께 당장 책임규명이 요구되고 있지만 익산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공사와의 소송과는 달리,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인한 국비 반납과 기성금 36억5,000만원 손해에 대한 책임 규명은 당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구상권 청구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시는 소송 결과가 나오면 구상권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국비 반납의 경우 감량화로 선회하면서 지방세 감면 등 페널티를 받지 않게 됐고, 기성분인 탈수기동을 감량화 사업에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손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특혜 의혹 제기되자 검찰에 셀프 수사의뢰
2014년 당시 행정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후폭풍이 올해에는 특혜 의혹까지 이어졌다.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은 지역 내 음식물류쓰레기 민간 위탁 처리업체가 따낸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와 관련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업체가 익산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 전체를 처리할 수 있는 건조시설을 짓는 계획이 익산시의회 대다수 의원들 및 주민들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사천리로 추진됐고, 이 건조시설에 익산지역 하수슬러지 처리를 맡기는 것이 불 보듯 뻔한 구조로 허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3일 제217회 정례회에서는 시정질문을 통해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정헌율 시장의 책임을 추궁했고, 같은 달 19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익산시가 하루 96톤의 하수슬러지 건조 처리가 가능한 시설 건립을 민간업체에게 허가해 주고 비슷한 시기에 사업장의 악취배출 굴뚝 높이가 5m 이내로 낮아져 결과적으로 악취제로사업장으로 되는 것을 묵인했다며 의혹을 구체화했다.
이후 7월 24일에는 긴급토론회를 열고 민간업체의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건립이 익산시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익산시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임 의원과 익산시의회, 집행부와 익산시공무원노조간 연이은 입장 표명 등 난타전이 벌어졌고, 익산시는 사안에 대해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초 잘못된 결정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혼란이다. 책임 규명이 명확히 이뤄지고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익산시가 스스로의 행정행위에 대해 검찰에 셀프 수사를 의뢰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임 의원은 지난 9월 3일 제219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묵묵부답하던 익산시는 지난 10월 8일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끝나면 검토해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