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버넌스 표방, 실제는 사후 형식적 의견수렴뿐

익산시가 표방하고 있는 거버넌스(협치) 행정이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요 대형현안들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계획의 수립에서부터 시행, 평가 등 전 분야에 걸쳐 시민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령에서 정해진 설명회나 공청회 등 사후 의견수렴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형식적 의견수렴 말고는 진짜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시민의 의견을 들어 현안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취지로 꾸려진 사안별 민관협의회도 민관이 파트너십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척점에 서서 시민의 요구를 행정이 마지못해 수용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정이 먼저 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 방안을 내놓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주민들이나 전문가가 요구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방어논리만을 앞세우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행태는 거버넌스가 아니라 단순히 의견을 청취하는 일회성 이벤트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 정책방향은 이미 결정

신청사 건립, 민간공원특례사업, 광역상수도 전환 등 익산시가 맞닥뜨리고 있는 주요 대형현안을 보면 거버넌스가 작동되기 전에 이미 정책방향이 결정돼 있다.

신청사 건립의 경우 2017년 12월 국토부 공모에 선정돼 건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전 공론화 과정은 전혀 없었다. 공모 선정을 통해 현 위치에 LH를 사업파트너로 해 수익모델 개발이익을 통해 건립한다는 정책방향이 결정된 이후 시민 설문조사와 설명회가 이뤄졌을 뿐이다. 게다가 모현도서관에서 열린 시민설명회에는 공무원들이 절반가량 동원됐고,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중간보고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민간공원특례사업도 개발과 환경이라는 가치의 충돌, 개발이익 배분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의 갈등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중한 녹지공간을 훼손하면서 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에서 공론화 과정은 없는 상태다.

보전가치 높은 녹지공간의 파괴와 조망권 침해, 아파트 위치에 따른 공원 진출입로 및 인근도로 접근성 등 도시공원 한복판에 고층 아파트 건립으로 인한 부작용이 숨어 있지만 익산시는 정해놓은 사업방향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고 일몰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익산시·의회·전문가·시민단체·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기구 구성을 주문하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고, 익산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시장이 직접 공청회 개최를 약속했지만 이후 진행된 것은 없다.

광역상수도 전환도 마찬가지다. 2014년 민선6기 초기 일방통행으로 지역사회에 큰 혼란을 일으켰던 광역상수도 문제는 2016년 취임한 정헌율 시장이 ‘백지상태에서 시작’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고 시민협의체 구성을 통한 추진을 꾀했다가 무산됐다.

이후 선거를 전후로 잠정적 보류 상태를 지나 민선7기 들어 재추진되고 있는데, 일련의 과정 속에 제대로 된 시민공론화 과정은 없다. 광역상수도 전환 검토 내용이 포함된 수도정비기본계획(변경)수립용역의 초안보고서가 올해 9월 나오면 공론화위원회 구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던 입장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 “시민이 주요정책 결정한다는 원칙 지켜 달라”

이에 대해 익산참여연대는 지난 7월 9일 ‘민선7기 1년 시민소통 없는 익산시, 자기성찰과 혁신을 기대한다’라는 제목을 성명을 통해 “시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금인상을 가져올 광역상수도 전환, 50년 이상 익산시 행정기능과 시민소통을 담당해야 할 신청사 건립, 도시허파인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민간자본에 의한 개발 결정 등 중대한 사안들이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요한 정책일수록 시민 결정을 통해서 추진하겠다던 정헌율 시장의 시정원칙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시민의 의견이 최우선’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지만 결국 ‘면피용 의견수렴 수준의 거버넌스’ 또는 ‘정책방향 결정 이후 이뤄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익산시 민선7기 1년은 주요 시책이 시민소통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단체장은 시민의 아픔을 함께하고, 비판을 수용하는 소통능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헌율 시장 “소통 강화” 약속

이에 대해 정헌율 시장은 지난 12월 19일 제221회 정례회 중 임형택 의원과의 시정질문에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시장은 “주요사업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시민 대상 공청회나 설명회 외에도 설문조사나 읍면동 순회 설명회를 진행해 왔으며,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의 노력을 해왔다”고 해명하고 “지금까지 의회와의 간담회를 간헐적으로 해왔다면, 앞으로는 정례화해 소통의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