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는 종자가 들어왔어요. 통상 농약을 한 번이나 두 번 치면 됐는데, 두번을 쳐도 잘 죽지 않는 해충이 들어온 겁니다. 그래서 태풍 피해가 없었는데도 전년 보다 작황이 좋지 않아요"

지난 18일  오전 익산시 금강동의 익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9년 째 추곡수매 작업반장을 맡고 있는 김병옥 조합장의 걱정이다.

이 날 기자가 도착 했을 때 김 조합장은 익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처리 할 수 없는 품종의 쌀을 수매해 달라고 매달리는 농조합원 앞에서 심각한 표정 이었다. 조합장은 검수원들에게 조합원의 답담한 사정을 대신 토로 했고, 한 참 동안 고민하던 검수원이 조합원에게 해당 품종을 처리 할 수 있는 곳을 연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김 조합장은 "제가 이 일을 9년 동안 계속해 왔는데, 우리가 조합원들이 땀흘려 수확한 벼 값을 높게 쳐주다 보니 수매물량 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 한테 한꺼번에 쏠려 벼 수매철 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합원에게 더 많이 배당해야 하고, 소득을 중대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전쟁을 즐길 수 밖에 없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정부차원에서 쌀 대체작물에 대한 직불금 지급 등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작에 주력하고 있는 다수 조합원들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익산농협은 지산지소 운동 일환으로 조합원들이 생산한 쌀을 3개의 하나로마트에서 직거래 형식으로 판매함으로써 중간 마진을 없애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또 "이렇게 미곡종합처리장이 성장 일로에 있는 것은 처음 쌀을 수매했던 조합원이 매년 흔들리지 않고 찾는 성향 때문이고, 이런 결과는 우리 조합이 쌓아 온 신뢰의 기반 위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수매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지벼가 우리 처리장에 못 들어오게 막는 것도 중요한데, 9년 여 동안 눈에 불을 켜고 골라내다 보니 척 봐도 80%의 진위를 파악하는 경지에 올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역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한 떡을 만들어 쌀 가격 수준으로 공급하고, 쌀 뿐만 아니라 콩이나 팥, 혼합곡 등 조합원들이 생산한 잡곡들이 지역에서 직거래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와 농가(조합원)이 상생하며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익산 농협이 경제사업 전반에서 이룬 성공들도 그런 신뢰와 노력 위에서 얻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익산농협의 떡방앗간에서 가공하는 제품들의 경우  2021년 12월 말 기준 8억 8400만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2월 말 19억 3000만 원을 기록하며 2배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초 기준 매출액은 무려 30억 7400만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올해는 기존 온오프라인 판매는 물론이고 오는 8월에 열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싸이 흠뻑쇼 2023, NS FoodFesta 2023 in IKSAN 등에서 판매,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는 김병옥 조합장의 선견지명과 수완에서 비롯했다는 게 익산농협 안팎의 평가다. 그는 신용사업의 한계를 봤고,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곡물을 가공·유통해 안정적인 생산 활동과 조합원의 이익증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을 창안한 덕이라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조합원 수익창출 방안을 항상 고민하며 전국을 돌며 조합이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범 운영을 거쳐 조합원들과 함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데, 현재의 떡 방앗간과 생크림 찹쌀떡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조합원들과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보다 나은 조합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밤호박, 팥, 쑥 등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우유, 생크림을 활용한 신제품 출시, 소비자들이 생생하게 떡 체험을 하고 구매도 할 수 있는 떡 판매장 조성, 잡곡 직판장 개설, 전국 최고 수준의 고추장 제품 생산, 판매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올해 익산농협 추곡수매는 공공비축미, 계약재배, 기업맞춤형 등으로 나눠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계획 수매량은 40kg 32만개 안팎이다. 익산농협은 계약재배 농가별 작황이 당초 계획과 다르더라도 일단 들어오는 벼는 조합원들이 고생해서 수확한 것인 만큼 가능한 한 전량 수매할 예정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