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감소에 남는 몫도 줄어.. 카드 수수료도 부담
정부세수확보·대기업 꼼수.. 피해 고스란히 서민 몫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제조회사들이 판매 감소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해 소매점 마진율을 더 내리는 형식으로 공급가격을 올리면서 편의점 등 소매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익산 시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담뱃값 인상으로 수요 감소를 우려한 담배 제조업체들이 소매점 마진율을 낮추는 등 꼼수를 부려 편의점 등 영세한 업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담뱃값이 인상된 이후 담배 판매량이 절반가량 감소하는 등 직·간접적인 매출 감소로 인한 이중·삼중의 피해를 소매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또한 담뱃값이 4,500원 선으로 인상됨에 따라 현금 대신에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정률제로 시행되고 있는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 역시 큰 고충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국내 담배 시장 1위 사업자인 KT&G는 지난해 말 소매점의 담배 판매 마진율을 10%에서 제품 종류에 따라 최대 7.5%까지 낮췄다. 올해 들어 담뱃값이 올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수익이 줄어들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저가 담배(4,500원 미만)는 7.5%, 중가 담배(4,500원 이상∼5,000원 미만)는 9.5%로 각각 2.5%포인트, 0.5%포인트 낮아졌다. 고가 담배(5,000원 이상)는 기존 마진율이 유지됐다.
국내 담배 시장 2위 사업자인 한국필립모리스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소매점의 담배 판매 마진율을 기존 10%에서 제품에 따라 9.3∼9.4%로 낮췄다.

이러한 마진율 인하 결정에 소매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마진율이 낮아지면서 담배 한 갑을 팔았을 때 남는 몫이 최대 100원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마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KT&G의 저가 담배(현행 4000원) 디스, 라일락, 한라산의 경우 마진율이 지난해 수준 10%를 유지한다면 갑당 400원이 남지만 새 마진율 7.5%를 적용하면 300원만 남게 된다.

결국 정부 세수확보 차원에서 시행된 담뱃값 인상 이후 판매부진 및 경영악화를 우려한 담배 제조업체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소매점들의 손해가 커지는 셈이며 이에 따른 고충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A씨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담배 수요가 줄어들면 사정이 어려워지는 건 담배 제조업체나 우리나 마찬가지”라며 “담배 제조업체들은 마진율을 낮춰 소매점에 그 부담을 떠넘길 수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도 없는 처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부와 대기업들은 절대로 피해를 안 보고, 영세한 서민들의 등골만 빼먹겠다는 갑(甲)질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