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긴 고난 종지부,‘노동계의 승리’ 평가
익산시 관내 사업장 향후 노사협상 정국 ‘청신호’

‘직장폐쇄’ 벼랑 끝 협상 감행, 노조인상안 관철

1999년 이래 혼전을 거듭하며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어왔던 비앤테크(구 에이피, 자동차 부품)의 임금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익산 노동계는 10년간의 극한 대립을 '상생'으로 풀어낸 비앤테크가 익산시 관내 사업장들에 적지 않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승리로 평가되는 이번 협상은 향후 익산 사업장들의 노사협상 정국에 임금인상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앤테크(B&Tech)는 100여명이 종사하고 노동조합은 8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차 도어 등 자동차계열 부품을 만들어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1989년 에이피(AP)라는 회사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지난 1999년 노사분규 과정에서 회사의 노조탄압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대거 구속되는 등 창업 초기부터 격랑에 휘말렸다. 이후 수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고,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9년여 동안 동결됐던 임금이 2008년에 4만원이 인상된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2009년에는 호봉 승급 동결로 사실상 임금삭감까지 거친 뒤 2년여 안에 노사합의에 의해 임금이 인상된 것이다.

이 회사의 노동조합은 지난 9일 부분파업을 시작했고, 회사측은 직장폐쇄를 압력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당초 회사측은 5천원을 인상안으로 제시했고, 이후 2만5천원까지 물러섰으나 노조는 인상요구안인 3만5천원을 철회 할 수 없었다. 대부분 15년에서 16년 가량 이 회사에서 종사해 온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지난 10일 회사측의 협박을 무릅쓰고 전면파업에 돌입했으며, 회사측은 다음날 오전 직장폐쇄를 공식적으로 통지해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전면파업을 강행, 같은 날 벼랑끝에서 노조측의 임금 요구안인 3만5천원 인상을 관철시킨 것이다

비앤테크는 1999년 IMF 후폭풍으로 인해 기아자동차를 따라 부도가 나고 매각도 2번이나 진행된 회사이다. 이어 회사명도 AP에서 A-Tec, 이어 B&Tech로 변경해 오다 사주가 계속 바뀌면서 임금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9년 동안 단한번 평근로자 기본급 4만원이 인상되었다. 하지만 2009년, 매년 자동적으로 인상되어야 할 호봉승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주는 지난해 초 1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되어 1년 6월동안 징역형이 선고되어 복역중에 있다.

이같은 비앤테크 임금협상 타결로 인해 금속노조전북지부는 금속노조전북사용자협의회와 집단교섭을 통해 전북지역 내 노조가 있는 금속관련 사업장의 임금인상 기준안은 3만5천원 이상으로 하도록 합의되었고, 임금 인상안이 3만5천원 이하일 경우 금속노조전북지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정병욱 민주노총익산시지부장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승리를 얻었지만, 살기도 어려운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노조가 없더라도 사업자가 근로자들을 위해 스스로 인상안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