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전국적 그룹으로 번창한 (주)하림이 지역농가와 지역민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달 26일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역농가가 하림 정문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일 현재까지도 타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농가들에 대한 상대평가방법이 회사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해달라는 취지다. 이외에도 깔집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하림 측은 농가들의 요구를 끝내 들어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하림의 고위급 간부들의 친척들이 대거 양계농장을 운영하면서 질좋은 병아리를 입추받고, 출하 시 우선 적용을 받으면서 농가들의 고혈을 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리경영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김홍국 회장이 이들 간부급 친척 농가를 비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기업이 성장하면서 변질되고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하림은 2003년 화재를 기억해야

2003년 5월 12일 망성면 소재 하림 신선육 공장의 화재는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 초대형 화재는 익산역 폭발사고 이후 최대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전북도와 도의회, 상공회의소 등 지자체 및 각종 단체가 "익산의 향토기업을 살리자"는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동양 최대의 닭고기 생산업체이자 전북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하림이 대형화재로 위기에 처했다면서 7백여 양계농가와 8천여 종업원, 연간 4천여 억원 매출감소 등을 감안해 하루 빨리 지원조치를 해 줄 것을 촉구했다. 코묻은 초등학생들로부터 시작한 도민의 성금 행렬이 이어졌다. 경쟁사들도 경쟁을 마다하고 하림 돕기에 일조했다. 이렇게해서 하림은 살아났고 화재가 발생한 이듬해부터 매출이 두배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당시 하림은 지역을 생각하지 않은 비도덕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지상3층의 공장과 사무실 본관 건물 신축공사를 광주 건설업체에 맡겨 도덕성에 의심을 받고 향토기업임을 망각한 파렴치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 반대에도 불구 국민의 세금  지원받은 것 잊었나

하림의 화재로 인해 전북도가 2003년 5월 30일 하림의 정상복구를 위해 총 600억원의 중앙정부 자금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지자체 등 정부 지원 촉구가 쇄도하자 6월 2일 양계협회 종계분과위원회가 하림에 대한 정부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종계분과위 일부 위원들은 그간 하림의 방만경영과 수입닭고기 사용, 무리한 종계입추로 양계불황을 야기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개인회사에 막대한 정부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특혜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도 같은해 6월 5일 성명을 내고 하림에 대한 특혜지원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세금 납기 연장, 징수유예, 체납처분 유예 등 세정지원을 아끼지않았다. 농림부는 융자금을 2003년 250억원, 2004년 130억원 등 총 380억원을 연리 4%, 3년거치 7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하고 피해를 입은 계열농가에 대해서도 96억7,500만원의 농가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익산상공회의소 등 익산 지역 단체 기관에서는 하림 제품 팔아주기 운동을 도내는 물론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 정신 못차린 안전불감증

2009년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하림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였다. 2003년 화재 역시 하림의 귀책이었다.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과 회사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였다. 도민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재기한 하림은 화재 재발방지를 약속해놓고도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하림을 상대로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모두 9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하림은 이처럼 지역민을 무시해왔다.

2009년 화재의 경우 어처구니 없었다는 지적이다. 화재 18시간 전에 도지사가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익산소방서장이 전 후 두차례나 화재 취약점을 설명하고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당시 하림의 고위 관계자는 "공장도 완공단계이고 자체적으로 잘하니 걱정말라"고 했다고 한다.

부주의 화재로

망할 뻔한 회사

부주의로 또 다시

화재발생

"어처구니 없어"

◆ 지역에 인색한 하림 "해도 너무해"

주)하림에 따르면 지난해 총 7,144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중 지역농가에 사육비로 636억 원, 직원 2,369명에 대한 급여성 비용 777억 원, 냉동·사료·부화 등 협력업체에 365억원을 합해 1,778억원을 지역경제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하림이 지난해 익산시에 기부한 금액은 미미하다. 농가장학금 1억원, 쌀 1천포대(4천만원)로 익산에 총 1억5천여만원이 고작이다. (주)하림의 지역기여도는 24.8%수준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하림이 올해 4월 2일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간 사랑나눔 쌀, 장학금, 후원 등 지역사회 공헌에 134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하림 측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6년과 2008년, 2010년 익산에 AI(조류독감)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의 세금으로 하림은 총 100여억원의 보상을 받았다. 사실상 하림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망해가는 기업을 국민이 살렸지만 하림의 익산에 대한 지역사회기여도는 고작 24.8%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고 있다.

◆ 회사에 유리한, 농가 고혈짜는 상대평가

하림 측과 양계농가간의 오래된 마찰은 상대평가에 있다. 하림도 인정한 것은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평가라는 점이다.

국내 닭 계열주체들은 고정된 기준에 의거 성적이 산출되는 절대평가 방식과 일정 기간 출하한 농가들의 전체 출하성적을 평균 내어 기준점을 설정하는 상대평가 방식 두 가지 평가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절대평가는 일정 기준에 농가의 사육성적이 도달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절대평가의 경우 사육성적을 좌우하는 것이 농장시설, 사료품질, 병아리품질, 농가사육기술, 방역 등으로 여러 변수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농가는 농장시설을 보완하고, 사양관리와 방역에 더욱 철저를 기함으로써 과거 출하때보다 더 높은 사육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절대평가 방식은 하림을 제외한 국내 모든 육계계열화업체가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림이 시행중인 상대평가 방식은 일정기간 출하한 농가들의 사육성적을 평균내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간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월 한달 출하한 농가들의 사육성적이 여러 변수로 인해 내려갔다면 전체적인 인센티브 지급구간도 하향 조정된다. 반대로 사육성적이 올라가면 인센티브 지급구간은 상향 조정된다.

문제는 농가들의 노력부분이다. 시설보수, 사양관리 및 방역을 철저히 함으로써 발생하는 사육성적의 향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지난번 출하때보다 사육성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출하한 농가들의 사육성적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상승했다면 인센티브기준점이 상향조정되면서 인센티브를 지난번과 같이 받거나 적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평가의

우는 아무리 잘 키워도 남이 잘 키우면 소용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대평가 방식은 농가 입장에서 출하를 할 때마다 인센티브와 페널티의 기준점이 바뀌기 때

에 자신의 사육성적을 알아도 자신이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여기에 하림이 전체 농가에 지급하는 사육수수료와 인센티브는 늘 고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의 과도한 투자를 유발하도록 되어 있는 탓에 결국 손해는 농가가 이익은 회사가 챙기는 불합리한 구조다.

십시일반 재건 도와

매출 두 배로 늘어었는데

외지업체에 복구 맡기고

지역농가 피 빨아
기준선이 농가 성적에 따라 오르내리기 때문에 개별 농가단위에선 순위 변화로 지급받는 수수료 금액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농가로 봤을 경우에는 결국 농가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성적과 관계 없이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농가는 내가 이번 출하때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전혀 예측 할 수 없지만 하림은 사육규모만 결정되면 구매 비용의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농가 입장에선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다른 농장보다 더 좋은 사육성적을 내야 하는 강박관념이 늘 자리하고 있다. 절대평가 때야 열심히 해 지난번 사육성적 보다 더 높거나 비슷하게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에 맞는 적절한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평가에서는 자신의 과거 성적이 아닌 다른 농가의 성적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투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육성적 향상을 위한 투자 직후 초기 사육성적 향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나 과거 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챙길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다른 농장들도 투자를 확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전체 농장의 사육성적이 좋아지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기준점이 높아져 버리기 때문에 사육성적이 과거 보다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타 농장과의 근소한 성적차로 소득이 줄어드는 불합리함이 발생할 수 있다.

하림의 지출은 똑같은데 농가들은 무의미한 잘 키우기 경쟁에 필요 이상의 지출과 노동을 하게 되고 결국 하림이 고안한 상대평가 방식은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농가가 아닌 하림이 독식하도록 되어 있는 구조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