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전북도청에서 전북도와 익산시 중국 청도시에 진출해 있던 한국계 패션주얼리 업체 14개사가 익산으로 집단 이주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으로 진출했던 보석업체들이 대거 익산으로 이전하기로 해 익산시는 과거 보석도시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던 '보석의 도시' 익산의 쾌거다. 내년 6월이면 14개 기업 이전이 현실화된다.

또한 그동안 중국으로 건너간 1천여개의 보석가공업체들이 이번 패션주얼리업체들의 이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가운데 300개의 추가이전을 성사시킬 경우 10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등 익산지역 경제와 위상의 일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청도는 패션주얼리 집적화도시

보석업체 회귀는 익산의 새로운 가능성

중국 진출 보석업체들이 익산으로 복귀를 결정한 데는 일단은 익산시의 지속적인 노력이 한 몫을 했다. 익산시와 익산에서 보석 산업을 주도해 온 이들은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다. 보석 산업의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에서 익산시는 세계의 흐름을 항상 주시하고 있었고, 중국업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중국 산동성(도) 청도(시) 청양(구)는 세계에서 유일한 패션주얼리 집적화 단지다. 인구 60만명 중 40만명이 주얼리 종사자로 일하고 있는 노동집약 산업의 도시다.

보석산업은 파인주얼리(fine jewelry)와 패션주얼리(fashion jewelry)로 구분되는데 이곳 청도는 '금, 백금, 은과 같은 귀금속과 천연보석으로 만들어진 고가의 주얼리인 파인주얼리와는 달리, 귀금속이 아닌 금속, 모조석이나 플라스틱, 나무 등을 폭넓게 이용한 액세서리류를 통칭하는 패션주얼리 집적화 도시이다. 

중국 청도에서 만들어진 액세사리는 구찌 등 명품 가방이나 명품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납품된다.

청도에서 생산된 제품의 50%는 미국에, 20%는 유럽에 주로 수출하고 있다.

‘MADE IN KOREA’ 선호

 FTA 관세 없는 한국

 중국보다 싼 전기세

 석회질 없는 좋은 물

중국 진출 기업들이 한국으로 왜 복귀하려 하는가.

중국은 미국 및 유럽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때문에 수출금액의 11%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미국 및 유럽과 맺은 FTA체결로 인해 관세가 없다.

그리고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은 ‘MADE IN CHINA’보다 ‘MADE IN KOREA’를 월등히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 ‘MADE IN KOREA’의 경우 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이어들도 한국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그 원인이 있다. 최근 중국인의 인건비가 연 18% 상승했다. 현재 공인(工人)의 인건비는 1인당 평균 60~66만원 사이다.

여기에 중국의 전기세는 또한 한국의 2.5배가 더 비싸다.

게다가 중국 청도의 수질은 석회수로 고도의 기술력이 있다 하더라도 석회수로 인해 불량 생산률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은 절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20%의 불량 비율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산국가인 중국은 인건비를 도급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뒤떨어진다. 한국인의 근면성과 능률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두 배의 인건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청도의 보석업체는 계산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으로 회귀할 경우 1인당 인건비를 120여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그렇더라도 이러한 여러가지의 조건들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의 경쟁력이 훨씬 높다는 계산을 한다.

또한 익산시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14개 업체가 입주할 적정한 산업단지가 타 지자체에는 없었다. 삼기에 이미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었던 것. 게다가 이 산업단지에는 폐수처리시설이 이미 조성되어 최적의 조건이 익산에 있었기 때문에 익산으로 대거 집단 유턴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한국에서 자체브랜드 개발 원해

현재 중국에서 패션주얼리산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명품브랜드와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방식의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한국으로 진출할 경우 자체브랜드를 개발해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중국에는 ‘재중국 한국공예품협회(회장 구본항)’가 있고 이곳에 회원으로 400여개의 업체가 가입해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으로의 회귀를 원하고 있는데, 우선 14개 업체가 나선 것이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국내 유턴기업 정부가 지원 나서

14개 업체가 집단으로 유턴하는 성공사례는 전국 최초다.

때문에 정부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중국한국공예품협회 구본항 회장은 지난 4월 청와대를 방문했다. 지식경제부장관은 4월 26일 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국내로 복귀하는 해외 유턴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이 매입하는 입지비용에 대한 지원은 최대 40%, 국비기준 최대 한도 5억원이며, 설비투자비의 경우 최대 10%까지 지원받게 된다.

또한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뒤 최근 국회에 상정했다.

준비해야 할 것들 99% 여성인력

익산은 전북도와 이 14개 유턴기업과 지난달 29일 업무협약을 체결, 1차로 내년 6월말까지 14개 업체에 대해 삼기 일반산업단지에 입주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14개 업체에 3천여명(직접고용 40%, 협력 60%)의 인력이 필요하다.

14개 업체와의 협약체결 이후 추가된 업체를 포함 총 35개 업체가 유턴 의사를 표시했고, 2015년까지 총 50개 업체 1만여명의 고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이후에는 중국에 있는 총 1천개 업체 중 300개 업체 이상을 한국으로 유치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패션주얼리 산업체는 99% 여성인력을 필요로 한다. 40%의 직접 고용과 60%의 외주 인력이 필요하다. 구술을 꿰는 등의 수작업이 주요 노동이어서 익산 관내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다. 경로당, 전업주부, 장애인단체들도 참여대상이 되면서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익산의 경우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에 따르면 현재 가동하고 있는 여성인력풀제로 5천명이 확보되어 있는 상태다.

또한 원광대학교와 원광보건대학교에 주얼리학과에서 년간 100명이 졸업하고 있어, 기술력도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주얼리 생산품의 대부분이 국내시장이 아닌 수출품으로 군산항 및 선박을 이용한 수출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향후 익산시는 보세구역과 관세구역을 지정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또한 폴리택V대학에서도 국비를 지원해 패션주얼리학과를 신규로 개설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르면 내년 6월까지 익산으로 기업을 이전하기로 협약을 체결한 14개 기업은 중국 청도지역 보석기업들로 '한신'의 경우 현지 고용인원 1,300여명, 연간 매출액이 300억원에 이르고, 생산제품의 80%이상을 미국 또는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나머지 13개사도 현지 평균 고용 인원이 400여명, 연간 매출액 200억에 이르는 대기업들이다.

익산시는 제3산업단지 내 213,512㎡(6만5000천여평) 규모의 '주얼리전용단지'를 조성하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178억원(국비 117, 지방비 61)을 들여 단지 내에 공동 연구개발센터 등 기반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