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었는데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했거나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익산솜리야학교를 찾았다. 이곳 김해선(35) 교장은 배우지 못한 이들의 한과 꿈을 이뤄주고자 익산솜리야학교에 자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일, 배움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김해선 교장을 만났다.

'배움의 꿈 이뤄주는 것'이 꿈

어느날 '목숨을 걸만한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는 글귀를 보고 "나도 꿈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줄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야간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 교장이 지난 7월부터 신동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야간학교를 운영하게 된 동기다.
김 교장은 2008년 1월부터 원불교 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삼동야학교에 처음에는 영어교사로서 경험을 쌓게 위해 시작했다. 당시 삼동야학교에서 영어 뿐만 아니라 중등반 5과목과 고등반 5과목도 가르치다 후에는 교무부장과 상담관리 등 야학교를 총괄하게 됐다. 물론 무보수 자원봉사활동이었다.

2년 후인 2010년 원광종합사회복지관이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야학교 프로그램을 중지했다.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학생 한명이라도 배우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긴 김 교장은 (사)청소년과더불어함께나눔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해왔다. 그러다 지난 7월 11일 신동 새한주요소 사거리에서 원대병원 방향 50미터 지점 우측 건물 2층에 자비를 들여 중등반과 고등반을 개설하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을 위해 둥지를 틀었다.

원광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김 교장의 직업은 가르치는 일인데 돈 되는 일이 아니다. 학기 중에 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사와 초등학교 영어강사 등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적은 그의 수입은 고스란히 야학교 비용으로 소진된다. 보증금 500만원에 매달 45만원의 월세와 전기세 인터넷 비용 등 모두 그 적은 수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4~5만원의 비용을 받지만 학생 수에 비해 턱없는 운영비다. 하지만 김 교장에게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염원을 이룰 수 있다는 기쁨이 김 교장의 즐거움이다. 익산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익산에 중졸미만 학력 4만5천명

2010년말 통계청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익산 인구 28만2,517명 중 중학교를 다니지 못한 중졸 미만의 학력 인구는 총 4만5,109명(16%)에 이른다.  여자가 3만1,215(22%)명으로 남자 1만3,894명(10%) 보다 많다. 이 4만5천여명 중 아예 취학하지 못한 미취학 인구가 1만3,900명(4.9%)이고, 초졸이 2만9,9815명(10.5%)에 이른다. 10명 중 1.5명이 중학교 졸업장이 없는 셈이다.

중등반과 고등반 누구든 오세요

김 교장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중등반 25명과 고등반 28명을 합해 53명의 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거나 중고등학교 과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연령에 관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중등반은 6과목으로 운영된다. 검정고시 필수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5과목과 선택과목 중 도덕 과목을 수업하고 있다. 고등반은 검정고시 필수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도덕 6개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가정/과학, 국사 두과목을 수업하고 있다. 수업시간은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매일 4교시 수업으로 이뤄진다. 평일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현재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장을 도와 자원봉사로 야학 교사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그 중 한 명은 1995년부터 생선장사를 하면서 교사로 활동하는 이도 있다. 그는 국어교사와 사회교사 교원자격증을 보유하고 야학에 관련한 석사논문까지 발표한 전문가다.

부끄러워 마시고 과감히 도전하세요

김 교장에 따르면 배울 기회가 없었던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교육청에 입학신청을 하면 정규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부끄러움으로 인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남몰래 다닐 수 있는 야학교가 제격이다.

김 교장은 "야학교는 부끄러울 일이 없으니 배움의 꿈을 위해 걱정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에 포기하는 일도 많고 영어나 수학을 나이들어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지만 모두가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란다는 게 김 교장의 생각이다.

김 교장은 2006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장, 전라북도지사 표창, 익산시장 표창,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장상 등의 수상 경력이 그의 열심한 자원봉사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장은 "문해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력이 부족해 화장실 청소나 생산직에만 취업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익산이 여성친화도시라지만 평생학습과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장은 이어 "배움이 적은 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익산학습종합센터'를 설립하고 싶다"고 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