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을 운영하면서 오랜 동안 모은 기금을 들고 아프리카 가나의 한 마을을 찾아 봉사를 다녀온 태평양 약국 김창영(51) 약사를 24일 약국에서 만났다. 한국에서도 봉사할 수 있는데 왜 아프리카를 찾았을까. 마실 물조차 없는, 더 가난한 이들을 찾기위해서였다. 상수도를 설치해 한 마을 사람 전체가 깨끗한 물을 마시게 했다. 배우지 못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지어 교육의 장도 열었다. 농장을 조성해줘 양식고를 마련해줬다.

아프리카에서 나눔과 봉사를 펼친 김창영 약사의 아프리카 봉사활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프리카 가나에 가게 된 동기와 배경은

1985년도 제가 일양약품 제약회사에 근무할 당시 ‘아웃어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두 연인이 경비행기를 함께 타고 구름 속을 헤쳐 날아가 수 많은 아름다운 자연을 내려다보는 명장면들이 연출되었습니다. 배경음악으로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Clarinet Concert)이 주제곡으로 연주되었는데 클라리넷의 운율이 그렇게 듣기 좋은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당시 영화를 보고 감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의 마음속에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다는 뜨거운 열정이 불타올랐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도서 3장)라는 말씀처럼 제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광경들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피부로 느껴보고 사랑해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에 간간이 후원하고, 굿네이버스(한국에서 설립한 국제구호개발단체)를 접하게 되어 정기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아프리카에 직접 가서 봉사하기로 마음먹고, 2006년 9월부터 매월 100만원씩 5년을 목표로 적금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에, 아프리카 가나에 파견된 가나 신학교 (목사양성 4년제 신학대학) 학장이신 유미현 선교사(1994년 7월 가나입국 선교)께서 한국 방문 중 우리 신흥교회 석양예배에 참석해 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영상설교를 하던 중에 큰 은혜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선교사님이 계신 가나에 봉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또한 제가 섬기는 신흥교회 양택식 목사님께서도 아프리카 가나에서 1년 6개월 동안 선교사역을 하셨기에, 가나에 우물을 파주고 큰 교회를 세워 봉사하고자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상수도, 유치원 설립, 망고농장 개간

여름 휴가기간을 이용해 올해 8월 21일부터 8월 27일까지 신흥교회 양택식 목사님, 가영주 사모님, 나의 아내 강미옥과 함께 6박7일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가나 수도 아크라공항에서 유미현, 유정미 부부 선교사님 내외분의 영접을 받고, '테마'(한국의 경기도 정도)에 숙소를 정하고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테마 시가지에서 승용차량으로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는 농촌 시골마을인 쥬아퐁-아베지 마을 (한국의 고라실마을 정도)을 택하여 한마을에 집중적으로 우리나라 새마을 사업과 같은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생명의 젖줄인 상수도설치와 유치원, 교회, 화장실 등을 짓고, 유치원 주변에 자급자족할수 있는 망고농장 2곳 (2500평과 3500평 )을 개간해 주었습니다.

또한 아베지마을을 포함한 농촌마을, 어촌마을, 산촌마을 3곳을 둘러보고, 열대지방의 아픔인 말라리아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망하는 어린생명을 위하여 500만원 상당의 모기장을 현지에서 구입(1장에 9000원)해 주민들에게  두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구충제 1000개, 신흥교회 교인들이 정성으로 모은 후원 물품인 옷과 사탕, 학용품, 어린이 티셔츠 등을 전달해주었습니다. 이 사업을 위해 올해 1월에 모은 1억원 상당의 필요 경비를 송금했으며,  1억 원 중에는 아프리카 가나정부에서 1500만원지원, 독일여성 선교사 500만원 후원, 익산시 약사회 회원 및 지인들 성금 700만원, 나머지 모두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기금을 후원하였습니다.

교회이름은 아베지 마을이라 아베지신흥교회로 정하였습니다. 선교사님께서 아베지신흥교회의 농장을 미리 개간, 망고 나무를 심기 위해 지난 2011년 8월 8일에 저보다 먼저 가나에 입국한 고신대학교 (부산광역시 소재) 봉사단원들과 함께 오전 9시 경에 농장에 도착했었답니다. 트렉터로 밀어 놓은 울통불통한 땅이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었으며, 새벽녘부터 마을 주민들이 이미 망고 나무를 모두 심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 지역에 생명과 같은 물이 해결됨에 너무나 기뻐 감사한 뜻을 표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 모두가 이른 새벽에 나와 마을로부터 2~3킬로미터 떨어진 숲 웅덩이에서 양동이로 머리에 물을 지어날라 망고 나무를 모두 심어 놓은 것이였습니다. 이 모든 일이 그들 마음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자발적인 행동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봉사단원들은 다른 일정을 소화했답니다. 상수도 시설을 해준 동기가 있습니다. 처음엔 우물을 파주려고 계획된 일이었지요.

수질 검사를 했는데 그 지역의 물이 소금끼가 너무 많아 식수로 적합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님께서 수도국에 수도공사를 신청했습니다. 수도국장이 “자기 민족을 위한 유미현 선교사님의 사랑과 열정에 감사를 표하겠다”며 “가나 수도국에서 외국원조자금 1,500만원을 후원할 것이니 나머지 경비를 후원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실적으로 2~3년 넘게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3개월 만에 아베지 마을로 부터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도관 연결공사를 해 기적같이 수도물이 공급되었습니다. 아베지 마을의 아슬레비 추장은 “우리 조상들이 수 백년 동안 이 곳에 뿌리를 내린 후 식수로 인해 큰 고통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빗물과 웅덩이 물을 먹음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인해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도물이 나와 형용할 수 없는 감격과 기쁨이 넘칩니다. 한국인의 따스한 사랑과 애정을 늘 가슴에 품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토속신앙인과 무슬림이 주종을 이루는 이 마을에 예수님의 사랑을 깨닳게 되었으며, 예수님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 복음을 전하는 데 큰 열매를 맺게 하심에 주님께 기쁨의 찬양을 드렸습니다.

◆가난한 가나, 평온한 마음

첫날 테마市에서 한인이 경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취침하고 새벽 첫닭울음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가나의 도심지에서 듣는 닭울음 소리는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소리였습니다. 어릴적 집에서 닭 키울 때의 느낌 그대로 동심의 뿌뜻함을 느꼈습니다.

주민들은 욕심이 없어 보였으며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고, 조그만 일에도 한 사람의 선창 아래 합창하며 수시로 엉덩이춤을 추곤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천진난만 순진무구 그대로였으며, 동남아 어린이들 처럼 1달러 달라고 외치지도 않고 , 항상 해맑은 미소만 지었습니다. 

가나는 일부 다처제 제도가 있어서 4명의 부인과 합법적으로 결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2번째 부인에게 반지를 사주면 남은 세부인에게도 똑 같은 반지를 사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사유가 됩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성적 문란이 심각해 미혼모가 많아지며, 미혼모로 아기를 낳으면 친정엄마는 그 손자를 아주 반긴 답니다. 새로운 노동인력 한명이 늘어나니까요.

성도덕 관념이 너무 황폐해져서 가나 국민들에게는 성적 순결 교육이 무엇 보다도 필요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순결케 할 수 있는 영적 지도자가 필요하며, 그상황을 유미현 선교사님께서 이미 깊이 깨닫고 , 신학대학을 설립해 성결한 목회자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음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 가나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보다도 커다란 선물을 받고 왔습니다.  바로 “ 마음의 평안함 ”을 무한히 받고 왔습니다.

◆"계속 봉사할래요"

우리는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엄마 뱃속에서 부터 무엇인가를 잡아보겠다고 두손 불끈쥐고 태어납니다. 두 손 펴고 태어나는 아기는 한 명도 없습니다. 세상 살다가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하늘나라에 가보려하지만 천국갈 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두손 펴고 갑니다. 세상 사는 이치가 이러 하거늘 굳이 재물을 탐내어 재물을 쥐어 보고자 모든 시간과 정력을 낭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는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 ( 전도서 2장 )는 성경 말씀처럼 이 모든 일이 바람을 잡아보려는 일들이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또한 잠언 23장  “ 부자 되기에 애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릴지어다.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히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 ” 라는 말씀이 나의 가슴 속에 항상 살아 있습니다. 재물 욕심을 버리면, 마음속에 봉사는 저절로 생겨 납니다.  봉사를 통해 나눔으로 인한 바이러스가 내 자녀부터 시작해 널리 전파되길 원합니다.

향후 계획은 아프리카 가나의 망고농장은 5년 후 결실을 맺는데 이 때 다시 방문할 것입니다.  그동안에 동남아시아의 한 마을을 택해 아베지 마을과 같은 봉사를 하고자 구상 중입니다. 아시아 지역은 아들, 딸과 함께 의료봉사와 재능봉사도 함께 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약사이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의대에 재학 중인 딸과 함께 의료봉사와 재능봉사가 가능합니다. 자녀들과 약속했지요.

◆아프리카 가나의 상황

가나는 1957년 영국 식민지배 하에서 독립된 나라여서, 영어가 공용어입니다. 약 10개 부족의 언어가 있으며, 영어와 부족언어를 동시 사용하고, 마을별로 추장이 있으며, 대추장도 있어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추장에게 인사하러갑니다. 외지인들이 마을의 땅을 취득하려면 먼저 추장의 승락을 받고 일정금액을 전달하고, 현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정부로부터 승인된 지적도에 등기서류까지 받아냅니다. 

공항에 내려 8개 가방을 찾는 중에 직원이 한 가방을 열고 나서 검색하더니 나머지 가방 모두를 열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이 짐을 다풀었다가는 2시간 이상 걸리겠다 싶어 가나 정부 초정장을 내밀었습니다.

직원이 상관에게 보여 주더니 짐을 풀지않고 통과시켜주더니만 마지막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10달러 주고 통과 했습니다. 외국에서 오면 5달러 내지 10달러는 준비해야 된답니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 신호대기 하고 있는 모든 차량에 가나 어린이들이 달려들어 윈도우 브러쉬를 제치고 앞유리창을 닦아 주려 했습니다. 닦으라고 하고 한국 돈으로 200원에서 300원 정도를 줍니다.

하루 1000원 벌이랍니다. 아크라 수도 유일한 고속도로 입구 매표소에 다다르자  수많은 시민들이 너도 나도 물건을 팔기 위해 서행하는 대기 차량에 달려들어 500여미터 정도 즐비하게 서 있었습니다. 백화점 물건 구경하듯 온갖 현지인들의 생필품, 먹을 것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5000원 정도 수입이 된답니다. 먹을 것이 맛있게 보여 사려니 현지 노상판매 식품은 자국민 외에 외국인이 먹으면 즉시 설사하는 불량식품이랍니다.

아크라 수도 및 테마 위성도시를 달리다 보면 아스파트 길은 동서남북으로 한 줄 길게 늘어져 있고 지선도로는 대부분 붉은색의 흙길이었습니다.

아스팔트 길을 달리려면 통행료를 받는 유료 도로들이 많았습니다. 유난히 바퀴가 빠질정도의 움푹페인 붉은 흙길 도로가 많아 물어 보았더니, 주변에 있는 흙을 가져다가 반듯하게 덮어주는 것도 모두가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 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몇 리어카 퍼서 다져 놓으면 좋으련만 정부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나 공장 노동자들은 수도에만 공장이 있기 때문에 수도위성도시(한국의 경기도 지역정도)에서 수도로 출퇴근 하고 있었으며, 한 달 월급이 10만원 정도 였습니다. 교통비 3만원 제하고 나면 7만원으로 4인가족이 두끼 식사정도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장에 짐을 실어다 주고 되돌아 가는 화물트럭엔 교통비를 아끼려고 트럭한대에 20명에서 30명씩 타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목격 되었습니다. 경찰 공무원이 부정부패가가 심해 최근들어 올린 월급이 25만원 정도이고, 도로 곳곳마다 경찰이 차를 세우고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교수 봉급이 50만원 정도(주택제공)입니다.

식량을 얻기 위해 식빵 한줄이면 몸을 파는 여인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도시민 보다 농어촌 지역민들이 바나나 등 주위에 먹을 것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도심 길거리에서 바나나를 한 광주리 올려 놓고 파는 젊은이에게 다가가 선교사님이 다 사줄테니 담아달라고 하자 한참을 생각하더랍니다. 처음에는 계산이 되지 않아서 그러는 줄 알고 기다렸더니 “이 바나나를 지금 다 팔아 버리면 나는 오후에 할 일이 없어진다. 다 팔 수 없으니 일부만 사가시라”고 전했습니다. 가나 젊은이의 사고방식을 엿보는  단면입니다.

마을에 소재한 초등학교를 방문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칠판은 상상조차 못하고 칠판자체가 벽돌로 만든 벽돌 위에 시멘트를 곱게 발라 검정 페인트 칠을 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창문은 아예 없고 흙바닥에 공간 놓을 정도이며, 학용품이 아주 귀합니다. 전기는 물론 들어오지 않구요. 가나의 모든 여건이 한국의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의 시대상황 정도 되는 분위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