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은 이리역 폭발사고 34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폭발사고를 저지른 한화그룹은 매년 거행하고 있는 추모제 등에 등돌리며 나몰라라 하고 있어 이리역폭발사고 희생자 유족을 비롯한 시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한화그룹은 34년 전인 1977년 11월 11일 이리역 폭발사고를 내 59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익산시와 시민들은 수많은 재산 및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대기업인 한화그룹은 익산에 대해 30주년 기념식과 소량의 쌀 수매 외에는 매년 치러지고 있는 추모제 등에 등을 돌린채 나몰라라 하고 있어 시민들의 도덕적 비난이 거세다.

심지어 도움을 요청하고자 방문한 이리역폭발사고희생자추모사업회(회장 김삼룡)에 약간의 돈을 지원한 뒤 "익산 시민에 당했다"는 말을 하는 등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회는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을 상대로 익산역 폭발사고 희생자 추모탑 건립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이를 거절했고, 현재까지 외면하고 있다. 때문에 추모사업회와 유족회는 매년 거행되는 추모제를 지낼 자리마져 없이 철도청이 세운 유령비 앞에서 초라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1977년 폭발사고 당시 익산시는 사고로 59명이 숨지고 중상자 185명, 경상자 1천402명 등 모두 수천명의 피해를 냈다. 주민들 외 근무 중이던 철도공무원들도 16명이나 숨졌다. 또한 당시에 숨졌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묻어야 하는 사람의 수가 부지기수였다는 전언도 따른다. 추모사업회는 이들의 영령을 모시고 제사를 지낼만한 추모탑 하나 설치해달라는데도 한화 측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고를 잊지 말자는 기념물이나 민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푯말 하나 없이 당시 숨진 철도청 직원들을 기리는 작은 탑이 하나 서 있을 뿐인데 한화 측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추모회 사무국장은 "한화 측이 거대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죽은 영령들에 대한 사죄의 마음 하나 없다"면서 "당시 사망한 영령들과 유족 및 익산시민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함께 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30주년 행사 당시 한화 측이 '자매결연 맺은 이상으로 익산에 도움을 주겠다. 장학금도 주고 도서관 등도 지어주겠다'면서 '그린 투어 등 서로 왕래하자'고 약속해놓고 단 한 두번 정도 외에는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추모사업회를 비롯한 익산시민사회 연대회의를 비롯한 500여명은 오는 11일 폭발사고 34주년을 맞는 날 평소 익산역에서 행하던 추모식을 서울 장규동에 위치한 한화빌딩 주변에 집회신고를 한뒤 그곳에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