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농협이 전직 조합장 시절 미곡종합처리장(RPC)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쌀과 부산물 판매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도별 손실액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들쑥날쑥하고, 쌀 재고량도 해마다 천차만별로 차이 나는가 하면, 벼 도정 후 쌀겨 등 부산물 처리현황이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산물 벼 매입과 도정, 도정한 후 쌀 판매, 도정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 처리에 경영책임자의 재량이 폭넓게 허용돼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결산보고 때는 현장 확인 없이 서류로만 감사를 실시해온 관행도 있었다. 

따라서 미곡처리장 운영 과정에서 분식회계나 매출 누락 등 회계부정은 없었는지에 대해 조합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직 RPC 장장(場長)은 지난달 실시된 농협전북본부가 실시한 감사에서 도정을 잘못해 재고량을 많이 남겼다며 주의조치를 받았고, 익산농협은 그를 다른 부서에 발령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도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경영 성과를 보면, ‘05년 4억8천여만 원의 손해를 봤고, ’07년에는 1억7천만원, ‘09년 7억500만 원, 지난해는 11억6천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풍년이 들거나 정부의 쌀 방출로 인해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

익산RPC 전 장장이었던 K씨는 “지난해에는 2009년 풍년이 들어 정부가 쌀값을 지지해줄 정도로 쌀이 남아돌았고, 그 전에는 정부가 쌀을 많이 풀어  쌀값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산농협RPC는 손실액이 인근 미곡처리장보다 훨씬 크다. 북익산농협 통합RPC의 경우 익산RPC보다 많은 쌀을 도정했는데, 손실은 더욱 적었다.

북익산농협RPC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도 도정량은 1만3천톤, 지난해에는 1만5천톤을 도정했는데, 각각 5억원 정도의 손실이 났다.

하지만 이보다 도정량이 적은 익산농협RPC에서는 북익산농협보다 적게는 2억원, 많게는 6억원 정도 더 손실이 났다.

재고량과 부산물 처리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연도별 재고량을 보면, ‘05년에는 40㎏ 기준 683포가 모자랐고, 이듬해에는 1,663포가 남았다가 ‘07년에는 567포가 모자랐다. 올해는 무려 4천포가 넘게 남았다.

이에 대해 전 장장 K씨는 “일찍 도정해 판매하면 자연 감소율(감모율)이 적고, 장기보관하면서 꾸준히 내다 팔면 감모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재고량이 많은 것은 질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수분함량(함수율) 16% 정도에서 도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0.8~2.5%까지의 감소율을 인정하고 있고, 함수율 15%기준으로 벼를 사서 16%로 도정했기 때문에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것.

부산물 처리는 비교적 의문점이 많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부산물은 왕겨나, 싸라기, 쌀겨 등인데, 떡 공장이나 축산농가 등에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일부서 제기하는 의혹이다.

부산물이 많이 나오게 하려면 벼가 많이 말랐거나 수분 함량이 너무 높은 상태에서 도정하면 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RPC가 부산물을 많이 남기기 위해 적절한 건조 상태에서 쌀을 도정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적절히 도정했다고 보기에는 손실이 너무 크고, 연도별 재고량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 이에 대해 K씨는 “싸라기나 쌀겨, 왕겨 등 부산물 판매수익을 정확히 회계장부에 기록했다”면서 “그 부분이 이상이 있었다면 직원으로 근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익산농협은 현재 RPC 경영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