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농협이 지난해 수매해 도정하고 남은 쌀을 팔아 수매에 참여한 농민(조합원)에게 되돌려 주기로 결정했다.<본보 지난 11월28일자 8면 참조>

농협은 이날 오전 본점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어 김석중 감사가 지난 10월1일부터 24일간 실시한 미곡처리장 감사 결과를 보고 받고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전임 RPC 장장이었던 K상무는 이 자리에서 “쌀을 잘못 관리해 죄송하다”며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의원들이 전임 장장의 직권남용을 들며 검찰조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회의장은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김 감사는 결과보고를 통해 ‘09년산 및 10년산 산물 벼의 도정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류상으로는 원료곡이 남는 원인을 밝힐 수 없었는데, 무려 161톤이나 재고가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농협전북본부 검사실에 감사를 의뢰했으나 함수율 15%를 기준으로 벼를 매입해 수분이 많은 채로 벼를 도정했기 때문에 쌀이 남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원인 때문이라면 왜 2004년부터 2010년도까지 재고 미달과 잉여가 반복되어 왔고,  올해만 이렇게 재고가 많이 남았는지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산물 벼를 함수율 15% 기준으로 매입해 16~17%로 도정한 것은 조합원들을 속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감사를 통해 쌀 재고량 161톤(4천여가마. 2억원 상당)을 적발하지 않았다면 이 벼가 어떻게 처리됐을지 미지수”라며 “그러나 일부에서는 감사행위를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임 장장 K씨는 “당시 기존 직원이 인사이동한 상태에서 용역직에게 일을 맡기다 보니 쌀 재고량 및 도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관리를 잘못한 점을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K씨의 해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가씨는 “쌀 수분 함량을 17%로 도정해 유통시킨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라며 “잘못에 대해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씨는 “조합원들로부터는 함수율 15%를 기준으로 벼를 사놓고 16, 17%로 도정해 쌀이 남았다면 조합원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씨는 “벼를 건조하는 직원이 마음대로 함수율 16, 17%로 도정할 수 있느냐”며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씨는 “감사 실시 전까지는 재고량이 없다고 했는데, 161톤이나 남았다”며 “벼가 남았다는 사실을 조합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마씨는 “지난해에는 2009년에 수매한 벼 저장고 바닥청소를 하지 않은 채 산물 벼를 받았다는데, ‘09년 24가마가 남았다고 장부상에 기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한편, 김석중 감사는 이번 감사기간 동안 올 추석 연휴 직후 농협이 홍보 및 선물용으로 각종 기관에 보낸 쌀 현황을 파악한 결과 실제 배포된 것과 장부에 기재한 내역이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