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익산의 겨울들녘에 수박꽃이 피고 있다. 

들판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지난 4일 입춘을 맞아 봄은 다시 찾아왔고, 수박을 키우는 시설하우스에는 연초록 봄기운이 가득하다.

지난 3일 망성면 화산리에 위치한 이병식(65세)씨의 하우스.

그 안은 어느새 봄이다. 작년 12월 심은 수박묘가 제법 자라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고 4월 중순 수박 출하를 앞둔 농부의 손길이 바빴다.

이씨는 수박묘의 곁가지와 수꽃과 암꽃을 솎아주고 있었다.

수박농부는 크고 좋은 것들을 만지기 위해 수박묘 한 주에 한 개의 수박만을 키운다. 금지옥엽 외동 암꽃이다.

이 씨는 올해로 36년 째 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시설하우스 1만3천여㎡(4천여평)에서 수박 2기작 벼 1기작 등 총 3기작으로 부농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올해 까다롭다는 전북도농업기술원 명품 수박 장인 4호로 인증을 받고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익산 수박은 산지유통인들에게 꽤 인기가 있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

고창 수박 출하 시기가 6~7월인데 비해 익산 수박은 4월 중순과 6월말 이전 출하되기 때문이다.

또 자연재해가 거의 없고 기후조건이 좋아 재배 여건이 좋다. 특히 이 지역은 금강 펄 땅을 개간한 농토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평야지대로 일조량이 풍부하여 당도가 높다.

수박은 재배농가별로 밭떼기로 나가고 일부는 지역 농협을 통해 판매된다.

농작물이라 시세가 변동이 크지만 4월 출하 가격은 1동(200평) 기준 최고 4,5백만원, 보통 350～400만원이며, 6월 말 출하 가격은 200～250만원이다.

수박 농가는 4월 출하 직전 수박묘 다시 심어 6월에 한 번 더 내놓는다.

그 후 하우스시설을 철거하고 벼를 심는다. 벼농사는 농가소득 창출은 물론 염류장애 등 연작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볏짚은 퇴비화 하여 땅의 지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병식씨는 “농작물은 기상과 시장여건에 민감한데, 지난해는 수박 출하 직전에 집중호우로 농가 피해가 컸고 또한 최근 날씨가 무척 추워 난방비가 많이 들고 있다”며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져 크고 좋은 수박을 생산하여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고 더불어 주머니도 두둑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년도 익산시 과채류 재배 농가 수는 839호, 재배 면적은 458 ha이었는데, 그 중 수박 재배 농가 수는 264호였다. 전북의 7%인 187ha로 최고다.

지난해 7월 초, 최대 강우량 450mm의 집중호우가 내려 망성, 용동지역 등 수박, 토마토 등 280농가 4천 365동 290ha가 물에 잠겼다.

육군부사관학교, 7공수여단, 지역대대, 경찰, 익산시청 및 전북도청, 도내 시군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이 시설하우스 내 95% 이상 출하 가능한 수박을 건져내 피해를 줄였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