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자체 건립 추진.. 유족회, “추모탑은 속죄의 징표”

이리역폭발사고 35주년을 맞이해 피해를 입힌 (주)한화가 익산역에 추모탑을 건립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더이상의 배상책임을 소멸시키는 '협약안'을 제시해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익산시는 한화 측의 추모탑 건립지원을 전면 거부하고 시의 예산을 들여 추모탑 건립을 추진하는데 따른 비판도 일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16일 이리역폭발사고추모사업회(회장 김삼룡)에 추모비 제작비용으로 2억여원 상당을 지원하겠다면서, 추모비 제작 기금을 지원하되 "이후 한화에 대한 일체의 요구가 없음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된 협약안을 추모사업회 측에 제시했다.

익산시는 "추모탑 하나로 그동안의 모든 잘못과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상계하겠다는 것이냐"면서 한화의 추모비 건립 지원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또한 한화의 이러한 행태는 폭발로 죽은 영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익산시가 자체적으로 올해 추경 예산을 편성해 추모비를 건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관계자는 "한화 측이 추모탑 이후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협약 안을 제시한 것은 돈 몇푼으로 폭발사고 희생 위령들을 팔아넘기려는 것으로 망령이 든 행태다"고 지적했다.

추모사업회와 (사)철도유족회 익산시지부(지부장 김순영)는 "익산시가 시민의 세금을 들여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은 한화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므로 반드시 한화의 지원으로 추모비 건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한화는 추모비 뿐만 아니라 보다 더 광범위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약속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산시와 이리역폭발사고추모사업회는 폭발사고가 일어난 1977년 한화가 폭발사고를 일으킨데 대해 한화그룹에게 지속적인 책임과 사회적 의무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한화 측은 30주년 행사 때 행사비 지원과 1억원 상당의 익산쌀 구매 등 일부 지원 외에는 익산시와 희생자 유족 등에 이렇다할만한 배상을 하지 않았다.

유족회와 추모사업회는 "한화 측이 잘못을 저질러 죽은 수천명의 사상자들의 넋과 상처를 몇 억원으로 바꿀려는 옹졸한 행태는 망령이 들지 않고서야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익산시도 "기업이 생명을 존중하고 도덕성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 억원으로 수 많은 이의 죽음과 상처를 덮으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익산시를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김승현 회장이 나서서 지속가능한 속죄행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천명했다.

추모사업회 관계자는 "한화가 이리역 폭발사고로 죽은 영혼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속죄하는 마음이 있다면 속죄의 징표를 남기기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추모탑 뿐만 아니라 기념관 등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후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후대에 길이 남길 지속가능한 협약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