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탑 설치비용 2억여원으로 이리역 폭발사고 희생자 우롱은 안돼

(주)한화가 최근 이리역폭발사고추모사업회에 보낸 협약안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리역폭발사고추모사업회(회장 김삼룡)에 추모비 제작 기금을 기부금으로 지원한다면서 "제작 기금 이외에는 일체의 금전 기타 지원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조건과 "한화의 대금 지급 이후 한화에 대한 일체의 요구가 없음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익산시와 추모사업회를 '돈이나 바라는 치졸한 존재'로 취급했다는 게 추모사업회와 익산시의 입장이다.

또한 폭발사고를 낸 한화가 추모탑을 설치하는 것은 속죄의 의지를 밝히는 표징으로 함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추모비 만큼은 한화가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산시가 한화에 대해 분개한다는 이유로 한화의 추모탑 건립을 거부하고 익산시의 예산으로 추모탑을 건립한다는 것은 오히려 한화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폭발사고 희생자 모독한 한화

지난 1977년 11월 11일 저녁 9시 20분 이리역의 대규모 폭발로 59명이 숨지고 185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천402명의 경상자 등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주민들 외 근무 중이던 철도공무원도 16명이나 숨졌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시신도 부지기수였다는 전언도 따른다. 2008년 이리역폭발사고추모사업회는 희생자의 영령을 모시고 제사를 지날만한 추모탑 하나 설치해달라는데도 한화 측이 이를 무시해 왔다는 게 추모회 측 설명이다. 민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푯말 하나 없이, 숨진 철도청 직원들의 넋을 기리는 작은 탑만 하나 서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한화 측이 입장을 밝힌 바에 따르면 단 2억여원을 내놓고 다시는 일체의 금전 요구를 하지 말라는 확약서를 요구한 것이다.

한화 측은 협약서 제4조2항의 2에서 추모사업회로 하여금 "한화는 추모비 제작기금 이외에는 일체의 금전 기타 지원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면서 같은 조 같은 항 3에서 "한화의 대금 지급 이후 한화에 대한 일체의 요구가 없음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 제출토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곧 추모사업회가 그동안 한화에 요구한 추모비 건립 등 각종 요구가 귀찮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일 뿐만 아니라 익산시민과 희생된 영령들을 모독하는 행태로 해석되고 있다. 

추모사업회 관계자는 "한화 측이 거대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죽은 영령들에 대한 사죄의 마음 하나 없이 단 돈 2억여원으로 그동안의 모든 잘못을 회피하려는 행태는 폭발사고보다 더 큰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며 격분했다.

◆약속 무시하는 한화

추모사업회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 측은 2007년 이리역폭발사고 3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익산시민들을 상대로 "자매결연 맺은 이상으로 익산에 도움을 주고 장학금 뿐만 아니라 도서관 등도 지어주겠다. 각종 투어 등으로 서로 왕래하자"고 약속해놓고 철면피처럼 약속을 어기고 있다.

◆익산시 "추모탑 하나로 끝내선 안돼"

익산시는 한화 측이 할만큼 다했고 보상절차가 다 끝났다는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16일 한화 측이 추모회에 제시한 협약안은 추모탑을 설치하는 것 하나로 익산시와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한화가 추모탑 하나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화가 과거의 슬픈 역사를 승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 등 통 큰 사고로 이리역폭발사고를 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산시는 한화가 과거의 역사를 승화하기 위해 기업유치를 할 경우 모든 행정력을 뒷바침할 각오도 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는 익산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찾고, 익산시는 지역의 취업여건을 향상시키며 지역의 소비를 창출하면서 과거의 슬픈 역사를 함께 씻어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회장이 익산시장과 직접 만나 향후 지속 가능한 협약안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익산시의 최종 입장이다.

◆ 뿔난 추모사업회와 유족회

   추모탑은 속죄의 징표

(사)철도유족회 익산지부(지부장 김순영)와 추모사업회는 현재 유족들이 꽃 한송이 놓을 재단이 없는 현실에 범죄를 저지른 한화그룹에 대해 분기탱천하고 있다.

이들은 한화그룹이 '죄의 고백과 죄 사함을 위한 속죄의 징표'로 추모탑을 익산시가 아닌 한화가 반드시 건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족회와 추모사업회는 이리역폭발사고가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건이기 때문에 추모탑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 사고를 낸 당사자들이 속죄의 의지를 밝히는 표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함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추모비 만큼은 한화가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익산시가 한화에 대해 분개한다는 이유로 한화의 추모탑 건립을 거부하고 익산시의 예산으로 추모탑을 건립한다는 것은 오히려 한화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오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