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이미 50억 지원.. 서 총장은 두번이나 약속 불이행

익산시민들이 염원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익산캠퍼스 이전이 전북대학교측의 약속 불이행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수의과대학 익산이전을 약속한 전북대학교(총장 서거석) 측이 학생들의 기숙사 마련 요구를 빌미로 당초 내년 3월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이로 인해 기관 대 기관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전북대학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정부의 1도 1국립대학 방침에 따라 지난 2007년 5월 29일 전북대학교와 익산대학교가 통폐합되면서 2008학년도부터 전북대학교 수의과 대학을 익산으로 이전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서거석 총장이 수의과대학 익산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번복해 당시 익산에서 대규모 반발 시위가 일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거석 총장은 이를 다시 번복, 수의과대학을 익산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합의하고 내년 2월까지 이전을 완료한 뒤 3월부터 개학키로 했다.

그런데 전북대학교 측은 최근 10월 초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기숙사 없이는 익산 이전을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익산시민과 약속한 이전 기일인 내년 3월까지 익산이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익산시에 전해왔다.

전북대학교 측에 따르면, 10월 12일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익산캠퍼스로 이전할 경우 기거할 기숙사가 없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익산 이전을 반대했다.

사태가 심화되자 전북대학교 측은 교과부에 전주캠퍼스 600명, 익산캠퍼스 20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짓겠다면서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전주캠퍼스 600명 규모의 기숙사만 승인하고 익산캠퍼스 200명 규모는 승인을 불허했다.

그러자 전북대학교는 다시 교과부에 전주캠퍼스 규모를 400명으로 줄이고 200명 규모의 기숙사를 익산캠퍼스에 짓도록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익산캠퍼스 기숙사는 환경생명자원대학 학생수 801명 중 192명을 수용할 수 있어 23.9%의 수용율을 확보하고 있고 200명을 추가할 경우 총 392명으로 늘어나는데다, 신청 시점에서 수용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기숙사를 설립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같은 이유로 전북대학교 측은 "학생들의 반대가 심하고, 기숙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당초 계획한 내년 3월까지 수의과대학 익산이전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이미 4년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익산시와 기관 대 기관으로서 약속한 사항인데 전북대학교가 이를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당초 약속한 시점에서 몇개월 앞두고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익산시민의 염원이던 수의과대학 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익산시민의 염원을 짓밟는 처사다"고 밝혔다.

또한 익산시는 수의과대학이 익산으로 이전할 경우 지원하겠다던 50억원에 대한 지원을 이미 완료한 상태여서 전북대학교 측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에 대해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기숙사가 없더라도 통학버스 운행, 기숙사 대비 차액 지원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익산이전에 대한 대시민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기획과 관계자는 "이미 1만 578㎡의 연구시설과 강의실, 6611㎡의 동물의료센터, 2644㎡의 학생관이 갖춰진 상태에서 수의대 익산이전이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늦춰질 수는 있지만, 당초 약속 기한을 지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