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약촌오거리 사건은 15세 소년이 경찰의 폭행 등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무고하게 기소돼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3년 뒤 진범이 검거됐음에도 종전의 과오가 바로잡히지 않고 오히려 검찰이 진범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밝혔다.
약촌오거리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무고한 A씨를 수사, 기소, 공소유지 하는데 관여된 검사들과 진범 B씨를 불구속 지휘 및 ‘혐의 없음’ 처분하는데 관여된 검사들의 형식적이고 부실한 수사로 15세 소년이 억울하게 10년을 복역했다는 점에서 검사들의 과오가 중대하다는 것이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이에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실효적인 이행방안 수립·시행, 약촌오거리 사건 재심 대응 과정의 적정성 파악 등을 권고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 7분께 익산시 영등동 소재 약촌오거리 버스정류장 앞길에서 택시기사가 칼에 마구 찔려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검찰은 같은 해 8월 30일 익산경찰서의 초동수사 결과를 토대로 당시 다방 배달 일을 하던 15세 소년(A씨)이 오토바이 운행 중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욕설을 듣자 격분, 오토바이 사물함에 있던 칼을 들고 택시 조수석 뒷문을 열고 들어가 택시기사의 옆구리, 가슴 등을 수회 찔러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2001년 2월 2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을, 2001년 5월 17일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군산경찰서는 2003년 6월께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진범으로 지목된 B씨와 조력자인 친구 C씨를 긴급체포한 뒤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했고, 3년 뒤인 2006년 7월 25일 B씨의 강도살인 범행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
A씨는 10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한 뒤 2013년 4월 1일 군산경찰서가 2003년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B씨의 진술 등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재심을 청구했고, 광주고등법원은 2015년 6월 22일 재심개시 결정을 했다. 검찰은 즉시항고 했으나, 대법원은 2015년 12월 11일 B씨의 경찰 자백과 이를 뒷받침하는 참고인 진술을 A씨의 무죄를 입증할 새롭고 명백한 증거로 판단하고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이후 광주고등법원은 2016년 11월 17일 A씨가 수사기관에서 한 자백 진술은 자백의 동기나 이유,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객관증거들과 모순되는 사정 등에 비춰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A씨의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같은 날 진범 B씨를 긴급체포하고 2016년 12월 6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후 B씨는 1·2심에서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2018년 3월 27일 판결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