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이 축석해 상·하부 형태가 원형과 달라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복원이 구체적인 사전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관성 없이 이뤄져 원형과 다르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다.

감사원이 지난 21일 공개한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특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재청(국립문화재연구소)은 1998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총사업비 225억원을 들여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보수정비사업(해체복원)을 추진하면서 해체 과정에서 확인된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전검토(기술적 재현 가능성, 구조적 안정성 등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축석 전에 원래의 구조와 형식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체 당시 확인한 축석방식대로 내부 적심을 축석할 경우 붕괴 가능성 등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몇 층까지 기존 방식대로 축석할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따라 일관성 있게 계획을 수립해 축석해야 함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 적심석 부재는 부정형이고 품질이 저하됐다는 사유로 원형과 달리 적심석 대부분(97.6%)을 장방형으로 가공한 신재로 교체해 반듯하게 쌓기로 계획했다가, 2년여가 지난 2016년 초 이후 새로운 충전재가 개발되는 등의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원래의 축석방식과 부재를 보존한다는 사유로 기존의 충전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축석방식 변경 및 기존 부재 재사용을 검토했다.

그러면서 이미 2층의 적심부까지는 신재 가공작업이 진행 중이며 2층까지는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적심석은 신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구체적 구조계산은 없음)를 들어 그대로 둔 채, 당초 설계와 달리 3층 이상의 적심에 대해서만 기존의 부재를 재사용하고 석재 사이 공극을 충전재로 채우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석탑 상·하부의 내부 적심이 다른 형태로 축석되는 등 일관성 없이 복원됐고, 이로 인해 국내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의 상·하부 형태가 원형과 달리 층별로 달라졌다.

또 축석방식을 변경하고도 설계도서 없이 축석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적심부 충전재(무기바인더)를 사용하면서 구조 안전성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내부 적심의 축석방식 변경 및 기존 부재 재사용 등은 주요한 설계변경 사항이므로 문화재실측업자에게 변경설계를 하도록 하고 실시설계 발주와 같이 내진성능 검토 등 구조계산을 거쳐 완성된 설계도서에 따라 축석해야 한다,

하지만 2012년 10월 기존 실시설계(안)에 대해서만 내진성능 등 구조적 안정성 검토가 이뤄졌다. 축석 도중 2016년 12월 설계변경 사항을 시공사 측에 통보하고 시공사 측이 설계업체 선정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공사 중단에 따른 사업기간 연장이 부담스럽다는 사유로 동절기 공사중지 기간이 끝난 2017년 3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설계도서 없이 축석을 진행했다. 특히 기존 석재 중 재사용 가능한 수량 확인, 신재 조달 필요 여부 및 축석위치 검토 등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날그날 사용할 석재를 현장에서 고르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축석부 및 내부 적심부를 축석하도록 했다.

이후 석탑 본체 부분 축석을 완료한 이후인 2017년 10월이 돼서야 설계변경업체를 선정하고, 석탑이 이미 완성된 다음 구조계산 등을 하지 않은 일종의 현황도를 설계변경 도서로 납품받았다. 이 때문에 석탑의 3층 이상 부분은 구조계산을 거치지 않고 석탑 건축을 위한 설계도서 없이 축석됐다.

또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적심의 공극을 과학적으로 검증된 무기질 보수재료로 충전해야 하고, 당초 결정된 것과 다른 충전재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 충분한 검토·검증을 거쳐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바인더 대신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를 흙과 가장 비슷한 색상을 낼 수 있다는 사유로 내부 적심의 공극 충전용으로 사용했고, 특히 3층 이상 내부 적심의 경우 부정형한 기존 석재를 재활용해 석재 사이사이에 공극이 발생하도록 설계변경하면서 공극률 증가로 인해 강도가 충분하고 내구성이 강한 충전재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됐음에도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로 보수재료를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그 사유와 타당성 여부에 대해 자문 또는 연구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방안을 검토하고(통보) ▲앞으로 석탑 등 문화재 보수시 원래의 구조와 형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축석방식 보존 및 기존의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며,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주의)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곧바로 설명자료를 내고 ▲미륵사지 석탑의 내부 상·하 적심의 구성이 달라진 것은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와 역사적 가치 보존을 함께 고려해 나타난 결과이며 ▲충전재(무기질재료)는 공극 채움을 통해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며, 배합 재료의 변경은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에 큰 영향이 없고 ▲설계변경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설계변경도서에 준하는 도면을 작성해 시행했고 지금까지는 구조 안정성에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 감사원에서 제기한 구조적 안전점검 등을 실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