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에서 나온 심한 악취가 추석 연휴 직후 익산시를 덮쳤다.

지난 14일 밤 9시경부터 새벽녘까지 제2공단 '국도화학'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대규모의 악취를 내뿜었다.

특히 이날 악취는 대규모여서 대형 스모그 현상으로 번져 부송동 어양동 영등동은 물론 동산동 마동 송학동까지 확대됐다.

밤 9시경부터 동산동에서 발생한 악취는 풍향의 변화로 마동지역으로 넘어왔다. 11시경부터는 부송동지역에서 어양동을 지나 영등동을 넘었다.

부송동에 사는 시민 전씨는 이 때 심한 악취로 인한 두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악취는 이어 송학동과 영등동, 신동의 경계선까지 번졌다. 자정 무렵부터는 바람이 약해져 부송동 어양동 영등동 지역에 머물며 새벽 5시경까지 아파트단지와 주택가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11시 40분경부터 본지와 악취감시시민모니터단이 악취를 좇아 제2공단 전체를 돌아본 결과 분뇨냄새가 LG생명과학 부근에서 진동했다.

이어 국도화학에서도 두통이 동반되는 극도의 고통스런 악취가 감지됐다. 두산전자와 벽산에서도 두통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화공약품 냄새가 확인됐다. 한솔홈데코에서도 나무 타는 냄새와 함께 역한 냄새가 감지됐다. 

새벽 1시경 악취가 잠시 주춤하다가 30분이 더 지난 시점부터 진한 악취가 다시 엄습했다.
다시 제2공단 전역을 돌아본 결과 같은 상황이 재연됐다. 역시 LG생명과학과 국도화학에서 분뇨냄새가, 두산전자와 벽산, 한솔홈데코에서도 화공약품 냄사와 지린내, 나무타는 냄새 등 악취강도 5(강도 1~5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 이상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즉시 두통이 동반됐다.

새벽 2시경 칼렉스전자 부근에서는 지독한 오줌 지린내가 구토가 날 정도로 역했다.
2시간 이상을 제2공단 지역에 머무는 동안 피부가 따가웠고, 두통이 지속됐다. 한솔홈데코를 지나 기안아파트 뒤쪽 팔봉동성당 사이로 이동하자 악취가 감지되지 않았다. 한솔홈데코로부터 제2공단 전역에서 내뿜는 큰 규모의 스모그가 시야에 감지됐다.

하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제2공단 전역의 스모그가 익산시 부송동과 어양동을 지나 전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새벽 2시 30분, 1백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에서 동시에 발생한 대규모의 스모그가 익산 부송동 지역 방향으로 계속 향했고 하늘은 온통 희뿌옇게 물들어 있었다.

기안아파트를 떠나 팔봉초등학교 육교를 지나자 다시 분뇨냄새와 화공약품냄새를 동반한 악취와 스모그가 덮쳤다. 부송동과 어양동 영등동 부근의 시민들은 새벽 3~4시 이후까지 유독성 가스 스모그를 흡입하면서 잠을 자야 했다.

이날 익산시청 환경위생과에 마련된 악취모니터링 기록에는 국도화학에서 가장 많은 악취가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익산시는 2천여만원을 들여 구입한 악취분석 포집기가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고 담당공무원은 악취발생시점부터 새벽녘까지 연락이 두절됐다.

한 시민은 "제2공단 지역에서 내뿜는 가스 스모그 형태의 악취가 익산시내 절반을 뒤덮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고 시민들이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있는데 대해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악취유발 대기업에 대한 대시민 배상운동에 돌입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취를 담당하고 있는 익산시와 산업단지를 관리하고 있는 전라북도는 속수무책이다. 대기업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