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라북도, 익산시가 2015년까지 끝내기로 한 '식품전문산업단지'(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제 2새만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토지주택공사(LH)가 72만평의 식품전문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만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다.

토주공은 전체 사업비 5천500억 원 가운데 3천200억 원을 투자해 산업단지를 만드는 핵심기관이다.  

사실 국가식품클러스터사업은 산업단지 조성이 관건인데, 2009년부터 추진된 사업이 3년째 터덕대고 있다.

산업단지 안에는 식품기업과 공장, 이들을 지원하는 각종 기관이 들어선다. 하지만 토주공은 여태 기본계획조차 끝내지 못했다.

게다가 국토해양부에 산업단지계획 승인신청을 아직도 않고 있다. 계획이 빨리 승인돼야 토지보상과 단지 조성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토주공의 내부 사정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토주공은 현 정부 들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막대한 부채 때문에 사업 구조조정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클러터사업은 현재 토주공이 발표한 지속추진사업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내부적으로는 자치단체와 협의가 필요한 사업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라북도 관계자는 지난 11일 도의회 예결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토주공은 식품클러스터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지만 타 지역을 의식해 이런 방침이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주공의 행태를 봐서는 이게 진심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입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도 힘들다.    

이 와중에 익산시는 왕궁농공단지에 홍보관을 짓고 사업홍보만 하고 있는 실정이고, 기껏해야 식품관련 기업으로부터 투자 양해각서를 받아오는 정도의 활동에 그치고 있다.

이러다가는 새만금사업과 같이 시간만 끄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1일 홍보관을 찾은 전라북도의회 예결위원들은 하나 같이 우려를 쏟아냈다.

유기태 위원장은 "현장을 방문해보니 사업이 진척된 것은 없고 계획만 설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대식 의원은 "새만금사업도 국가사업이지만 잘 안 되고 있다"며 "정부와 전라북도·익산시가 역할 분담과 관계설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식품단지에는 아무 기업이나 와서는 안 된다"며 "시장을 조사해 어떤 기업들이 와야 하는지 분석해 타깃을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의원은 "토주공의 부채가 100조에 달하고 신축된 전북본부 건물도 매각 중"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사업비 반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정태 의원은 "왜 토주공이 3천억 원 정도의 클러스터사업을 대외비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약속했다가도 바로 등 돌리는 게 토주공"이라고 걱정했다.

양병진 의원은 "2015년 완공 목표인데, 지원이 잘 되지 않으면 2020년까지 갈 수 있다"며 "죽기 아니면 살기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