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전북개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익산시 '배산 에코르'는 애초부터 중산층을 겨냥한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였다.

그런데 최근 전북개발공사가 예상보다 높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산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무주택 서민을 우롱했다는 비난이 나오며 주택시장이 법석이다.

‘배산 에코르’는 32평형 474세대와 38평형 202세대로 구성된 전형적인 중대형 아파트다. 애초부터 서민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전라북도가 비용을 내 설립된 전북개발공사가 아파트를 짓다보니, 낮은 보증금으로 임대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고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가 중소형 국민임대아파트로 잘못 알려져 시민들이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대형 공공임대, 왜 지었나

정부는 2004년부터 중산층 주거문제에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서민들에 맞춘 중소형 국민임대주택 및 분양 위주의 주택은 많이 건설되고 있는데 중산층이 부담 없이 입주할 임대주택이 없어 주택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해보자는 것.

당시 정부는 46%의 국민과 수도권 중산층이 막대한 아파트 분양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세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이는 결국 서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분양위주의 주택보급정책을 임대위주로 바꿔 전세난을 해결하고자 했다. 또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임대주택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임대아파트 건설정책을 바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전까지 국민임대아파트 건설에만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융자했으나, 중대형을 짓는데도 기금을 지원키로 했다.

중산층이 전세값 수준의 보증금으로 5~10년 정도 거주한 후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받는 형태의 중대형공공임대아파트를 계획한 것이다.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 건설에는 토지주택공사가 나섰는데, 주로 30평대 아파트에 주력했고, 좁게는 28평, 넓게는 50평이 넘는 아파트까지 계획했다.

2007년 정부는 매년 5만가구씩 30평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짓기로 확정했다. 개발공사가 배산에코르를 중대형으로 맞춘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당초 익산의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는 토지주택공사(LH)가 지을 예정이었는데, 전북개발공사가 대신 맡기로 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시민혼란 초래 

익산 배산에코르가 무주택 서민들의 희망을 저버렸다고 비난받은 이유는 뭘까. 당초의 취지가 알려지지 채 집 없는 서민용 임대아파트를 건설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진 데에는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일부 언론이 한 몫 했고, 입주희망자들이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를 중소형 국민임대아파트로 오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대형 아파트인 줄 알면서도 나중에 시세차익을 노리려 했다가 임대료와 보증금이 예상보다 비싸게 책정돼 투자를 못하게 된 사람들의 불만도 섞였다.

현재 개발공사는 32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7천542만원에 월 임대료 28만5천원, 38평형(전용면적 101㎡)은 보증금 1억3천800만원에 월 임대료 36만5천원으로 결정한 상태다.

따라서 서민들이 입주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돈을 빌려서 투자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소득 5분위 또는 7분위 이상에 있는 중산층에게는 그리 비싼 금액이 아니며, 전셋값 정도의 초기비용으로 중대형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보증금보다 높은 시세의 낡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중산층 수요자들이 집을 팔고 이곳에 입주하기에 편한 구조다. 이렇게 되면 익산시내의 아파트 전세값 상승과 기존 아파트 시세를 안정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여 정부 방침에는 부합하지만 서민들에게는 맞지 않다. 

익산 현실에는 부적합

최근 정부의 중대형 임대아파트 보급 정책은 반대에 부딪혀 주춤한 상태다. 아직은 서민들을 위한 중소형 임대아파트를 더 늘려야 하고, 중대형 아파트 건설은 민간기업에 맡겨도 된다는 논리다. 

또 민간기업들의 경우에는 10년 후 분양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회전이 어렵고, 10년 후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에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임대아파트 건설을 꺼렸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이번에 임대하는 전북개발공사의 ‘배산에코르’는 익산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익산에서는 현재 중산층을 겨냥한 아파트보다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가 더 필요하다. 공공임대아파트보다 비싸긴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민간기업들이 충분히 공급하고 있고, 중산층 시민들은 주택난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2평이나 38평형 보다는 20평~30평 안팎의 중형 아파트를 건설해 지금보다 더 낮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제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 K씨(47.영등동)는 “전북개발공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중산층보다는 서민층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앞으로는 중소형 아파트 보급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