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제기에 대처할 법적요건 충족 시급

석재의 도시 익산의 석산들이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채굴이 끝난 폐석산은 폐기물을 매립하는 바람에 침출수가 유출돼 낭산, 삼기, 망성면 일대가 몸살을 앓았고, 현장에서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익산시는 침출수와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폐기물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폐기물 매립사업장을 증설하고 있고, 매립장 설립을 요구하는 업체의 민원도 거부하기 어려운 처지다. 허가를 내 주지 않으면 업체들이 소송을 내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폐석산 폐기물 매립에 대해 익산시청의 재량행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기물 석산, 오염 심각

익산시는 석재 채취를 완료한 폐석산을 대상으로 복구사업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복구방법은 국토해양부의 폐석산 복구 방침에 따라 폐기물을 재활용(폐기물을 재사용·재생이용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활동)해 복토재로 폐석산에 매립하는 것이다.

시는 환경부 예규 ‘폐기물재활용신고업무처리지침’에 따라 '폐기물 재활용신고'를 한 업체에 무기성오니로 폐석산을 복구토록 승인해주고 있다.

시는 2008년 10월 8일부터 현재까지 승인한 폐기물 재활용업체인 (유)해동환경, (유)녹원, (유)보람, (유)에코그린 (유)청도를 대상으로 침출수 배출허용기준을 검사한 결과 에코그린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에서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침출수를 내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일부 업체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2만4천261ppm으로 기준치(50ppm이하)의 485배나 됐다.

이로 인해 지역 민심이 동요되면서 중금속 검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듬해 초부터 형성돼 익산시가 해당지역 주변 지하수 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대부분의 지하수가 먹는 물 기준 이하로 나왔다.

이렇게 지역사회가 폐석산 폐기물 문제로 들끓자 시는 이듬해인 2009년 2월 26일 11개 폐기물 복구 업체들에 대해 중금속 검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두 업체에서 중금속이 나왔다.

하지만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폐석산 오염은 더 심각한 지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만 생각하는 업체들

채석을 완료한 석산은 반드시 복구해야 한다.

채석업체는 채산성 악화 및 원상회복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폐기물 매립장으로의 사업변경을 고려한다.

업체들은 익산시에 있는 폐기물매립장의 용량이 부족해 다른 시군의 매립시설에 폐기물을 운반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이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이익을 많이 보려는 업체들의 입장일 뿐, 그렇기 때문에 폐기물 매립장이 난립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업체들은 비산먼지, 소음, 침출수에 대해 충분한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2008년 적발된 침출수 오염, 2009년에 검출된 중금속 오염 등을 보면 대책을 이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익산시, 불허 방침

익산시는 더 이상 폐기물사업장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균형개발과 폐기물 매립장 난립방지, 환경 저해 및 주민의 행복추구권 침해, 주거 및 교육환경의 피해, 영농 피해 등을 이유로 폐기물매립장 사업신청에 대해 불허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업체가 폐기물사업장 신고를 요청할 경우 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신고를 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익산시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민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 주변에 폐기물사업장이 들어서는 것을 좋아하는 주민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사업 신청을 제재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사업주와 마찰이 생긴다.

◇행정기관의 재량, 넓게 인정돼야

문제는 익산시와 같은 행정기관의 입장이 환경을 위해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법률상 기속행위(羈束行爲)란 행정기관에 재량권을 주지 않고 법규의 내용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고, 재량행위(裁量行爲)는 행정기관의 법 집행에 자유로운 재량이 인정되는 것인데, 법적으로만 보면 익산시의 불허처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폐기물처리업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어떤게 기속행위이고 재량행윈지 일률적으로 규정지을 수 없고, 개별 사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법원은 폐기물처리업의 허가 관련 규정이 폐기물처리업의 허가나 변경허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아 행정기관에 재량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이 설정한 기준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행정기관의 기준이 합리적이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는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채 계획서를 반려하거나 불허하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한 조치로 보고 있기 때문에 소송에서 익산시가 패소하고 있는 것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