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심리상담으로 경기서 평정심 유지.. “익산시청 소속으로 남도록 노력 할 것”

펜싱국가대표팀 코치이자 익산시청 펜싱부 감독을 맡고 있는 이상기(48.사진) 감독이 런던에서 귀국해 지난 8일 익산시청 기자실을 찾았다. 

자신이 몸소 훈련시킨 김지연 선수가 금메달을 얻어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

이 감독은 김지연 선수가 준결승에서 미국 선수에 맞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서도 이긴 것은 평소 정신훈련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펜싱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금메달을 계기로 시민들들께서 많은 애정을 주신다면 앞으로도 심기일전에 시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다음은 일문 일답

△ 김지연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감독으로서 소감은.

올림픽 나갈 때는 동메달 정도 따면 잘 하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돼 지도자로서 이 보다 기쁜 일이 없고, 한편으로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 펜싱은 유럽 쪽 인사들이 편파적이라는 보도가 많았다. 그런게 있나. 

아무래도 유럽인들은 보이지 않게 뭉치는 면이 있다. 심판들도 그쪽 사람이 많아 선수들과 친분관계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암묵적으로 도와주려는 분위기가 있다.

△ 이번에 여자 에페 개인 준결승에서 ‘1초 오심’ 사건이 있었다. 지켜보면서 뭘 느꼈나.

분명히 오심이었다. 심판뿐만 아니고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언론들이 펜싱에 집중되니까 오히려 심판들이 장난을 못 쳤다. 또 오심사건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더 뭉치는 계기가 됐고, 외국 심판들도 우리에게 나쁜 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주의했던 것도 나중에는 경기에 도움이 됐다.

△ 익산시청 펜싱부는 어떻게 운영됐나.

처음 창단할 때 여자 플뢰레와 에페로 시작했다. 이후 남자 에페가 왔다. 그 후 잠깐 침체되다가 다시 활성화 됐고, 2000년 이후 여자 사브르 종목을 시작했다. 김지현 선수가 부산 출신인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스카웃해서 여기서 길렀다. 김지연 선수는 영입한지 6년 됐다.

지연이는 2007년부터 익산 공설운동장 펜싱연습장에서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7년 전에는 익산시청의 사정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정이 좋은 자치단체들은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 됐는데, 저희들은 좀 머물렀었던 게 있었다. 

△ 선수 발굴과 훈련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 

펜싱 재목을 수급하는 해야 하는 문제, 데려와도 좋은 지도를 해야 하는 것도 문제고, 지속적으로 붙잡아놓을 수 있는 여건,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결합돼야 한다. 

△ 김지연 선수 연봉은 얼마인가.  

4천만원 정도다. 

△ 재계약을 해야 할 턴테.

1년마다 재계약한다. 남연희 선수의 경우 성남시청 소속인데 연봉이 7천(만원) 정도다. 또 2~3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면서 7천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는 모양이다. 여기다 세계 대회에서 입상하면 포상금도 대회마다 몇 천씩 주고 해서 1년에 1억원 정도 받는 셈이다.  

△ 다른 곳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 수 있나.

그게 가장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인지도가 있고 실력이 있으면 본인은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자꾸 권유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어제 시장님 뵀는데, 그런 부분을 우려하셨다.  김지연 선수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우리 나름대로 조치를 취해서 익산시청 소속으로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달라고 부탁 하시더라.

△ 김지연 선수가 미녀검객으로 소문나 이제 광고에도 출연할 턴테.

그렇다. 어제 광고대행사에서 전화 왔었다. 김지연 선수 광고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더라.

△ 광고 출연에 제약사항 있나. 

현재는 없는 걸로 알고 있고, 급여만 공무원에 준해서 주는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그런 규제는 없는 걸로 안다.

△ 김지연 선수는 앞으로 지도자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 나이(24)에 지도자 제의를 받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건 추후의 문제다. 지금은 축하해주고 좋은 분위기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훈련시설 면에서 문제는 없나.

타 지역에서 익산으로 전지훈련을 많이 오고 있다. 시설을 시청에서 많이 확충해줬다. 지금은 큰 어려움이 없다. 시에서 시설 투자를 많이 했다.

△ 김지현 선수 성공원인은 뭐라고 보나.

기술적인 것, 전술적인 것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준비를 많이 했고 여기에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것 같다.

선수촌에 있을 때도 제가 개인적으로 체육과학연구원에 있는 박사님들하고 친분이 있고, 펜싱 쪽에 관여하고 계시는 분들과 연결이 돼 있어서 정신 훈련을 좀 시켰다.

심리학박사님으로부터 심리 기술 훈련을 익히도록 했고, 꾸준히 상담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갖게 한 것도 승리의 큰 요인이다.

그것이 본인이 느끼기에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는 견지에서는 지연이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결승까지 뛰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본인은 잘 못 느껴도 저는 느낄 수가 있다. 상당히 안정된 상태에서 경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당초 몇 위 정도 예상을 했나

잘 하면 동메달 정도를 목표로 하고 갔다. 그런데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미국의 자구니스 선수라고, 그 친구가 두 종목에서 2연패 했는데, 이번에 3연패를 노렸고 미국에서도 아주 기대주였다. 그 친구가 개막식 선수단 입장할 때 미국측 기수로 나왔다. 그런데 8대2로 전반이 끝났고, 후반에 12대 5로 (김지연 선수가) 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거는 뭐, 그리고 그 친구가 워낙 유명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 게임은 역시 안 되는구나'생각했다. 그런데 하나하나 잡기 시작하더니 어, 어, 어 하다가 역전을 시킨 거다. 아, 정말 그 경기를 본 사람들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15대 13으로 이겼다. 자구니스가 못하는 선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데 제일 잘하는 선수를 이긴 거다.

지연이가 2,3년 전만 해도 포기하는 것도 빠르고 끈기가 부족한 선수였다. 기술에 비해서 정신적인 면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웬만큼 지면 포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 근래 들어와서 그런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선수촌에서 보니까 올 초인가 축구를 한 번 하는데, 남자선수들하고 섞여서 하는데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공을 차고 나중에 끝나고 쓰러져 버리더라. 그 정도로 하는 걸 보고 제가 ‘아,  이놈이 조금 변한다’ 라는 것을 느꼈다. 이번 경기도 그 정도 되면 옛날 같으면 거의 포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좀 머리를 쓴다고 하면 여기서 힘을 안 빼고 다음 3,4위전에 치중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역전을 시킨 것을 봤을 때 ‘아 이제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 앞으로 김지연 선수의 활동 방향은

올림픽에 한두 번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세계대회가 해마다 있다. 여자 사브르 종목은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선수생활을 한다.

△ 끝으로 시민들에게 당부드릴 말 있나.  

펜싱은 비인기 종목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실제로 익산시청에 육상과 펜싱이 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직원들조차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이니까. 그러나 이번 지연이 금메달을 계기로 해서 관심을 좀 더 가져 주시고, 또 익산시를 빛냈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 더 관심을 갖고 애정으로 바라봐 주시고, 기대해 주시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신다면 저희들도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한수 시장님도 전북펜싱협회 회장으로서 역할도 많이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시장님을 엊그제 만났는데, 김지연 선수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많이 걱정하시더라. 꼭 붙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