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대가 뇌물수수, 여직원과 내연관계, 돈봉투 전달 등 적혀

해당 직원 “그런 일 있었다면 옷 벗겠다”

지난달 30일 익산농협 임원과 대의원들에게 현직 고위간부 K씨의 비리와 부도덕성을 담은 괴문서가 배포돼 조합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익명으로 배포된 이 문서에는 K씨가 익산농협으로 오게 된 배경에서부터 여직원들과의 내연관계까지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괴문서는 우선, 왕궁농협에 근무하던 K씨가 사업 추진 상 비리가 발각되자 7천만원을 대출받아 (2002년 하반기) 익산농협 조합장에게 (뇌물을 주고) 부탁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K씨는 당시 왕궁농협 전무로 있었는데, 사업부지를 비싸게 사들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또 전직 조합장이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변호사비용도 부담했으며, 지난 조합장 선거 때는 현 이완구 조합장과 경쟁했던 김병옥 후보를 지지하고, 최근에는 이사 L씨에게 차기 조합장에 출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괴문서는 이어 익산농협으로 오게 된 K씨가 대출받은 돈을 충당하기 위해 승진한 직원들로부터 100~200만원 정도를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특히 여직원 A씨를 3급에서 2급으로 승진 시키면서 내연관계를 유지했고, 한 때 부송지점으로 보냈다가 다시 본점으로 발령한 점은 전 직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익산농협에 깊이 관여한 한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K씨의 여자관계는) 오래 전부터 직원들에게 설왕설래됐었다"고 말했다.

괴문서는 또 최근에 상임이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K씨가 L이사와 함께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을 선정하는데 조직적으로 관여했고, 인사위원들에게 과일선물이나 돈봉투까지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하나로마트에 근무하는 직원인 S씨로부터 주기적으로 (뇌물을) 상납 받았다는 게 괴문서 내용의 전모다.

이에 대해 K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11시 농협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소집한 회의에서 괴문서에 대해 소명을 했다"며 "괴문서의 주장 가운데 한 건도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익산농협으로 오게 된 계기는 당초 왕궁농협에서는 나를 보내려 하지 않았으나, 익산농협에서 스카웃을 한 것"이라며 "나를 채용할 때 찬성했던 임원이 지금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직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았다면 사표를 내겠다"고 부인한 뒤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상납 받았다는 것도 일원짜리 한 장, 10만원짜리 봉투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옷을 벗겠다고 선관위원들에게 소명했다"고 말했다.

김병옥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과 관련, K씨는 "김 후보와는 전북제일고(이리상고) 8년 선후배지간이지만, 김 후보가 시의장을 할 때 내가 전북제일고 동문회장이었는데, 행사에 초청해도 오지 않아 불편한 관계였다"며 "김후보와는 만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K씨는 이날 괴문서 몇 장을 입수해 익산경찰에 제출, 사건화를 의뢰했으며, 지난달 초에는 또 다른 전직 간부에 대한 괴문서가 나돌아 경찰에 신고됐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