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조립식 판넬로 지어 화재 취약

20억여원어치 미술품 100여점 불 타

화재에 휩싸인 미술관

화재후 뻥뚫린 4층

지난달 27일 원광대학교 제2미술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4층이 모두 불에 탔다.

불은 컴퓨터실에서 최초 발생해 지붕과 벽 등을 타고 교수연구실 등 건물 전체로 번져 4층을 모두 태우고 나서야 꺼졌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익산 소방서는 이날 오후 5시 17분 화재신고를 접수, 소방차 10여대를 급파해 진화에 나섰으나 건축 상태가 부실하고, 초기진압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평소 소방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화점에 접근하지 못하고 사다리차 등을 이용해 건물 외부에서 진화에 주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불은 4층 전체로 퍼졌고 소방서 추산 1억1천만 원의 피해를 내고 꺼졌다.

화재가 발생한 제2미술관은 본래 3층 건물로 학생회관으로 사용했으나 지난 90년대에 미술대 건물로 쓰면서 1층을 더 올렸는데, 당시 내장재를 나무판넬과 조립식 샌드위치 판넬을 사용하고 지붕은 목재로 골격을 짠 뒤 슬레이트를 얹었다.

학생들이 다중으로 이용하는 시설인데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돼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출동 당시 이미 내부에 화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진입이 어려웠고 지붕과 내장재가 가연성이 높은 것들이어서 건물 외부에서 창문을 통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익산경찰서 과학수사팀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정밀조사를 위해 국과수에 증거물 등을 의뢰한 상태다”며 “다중이용시설은 인명피해가 클 수 있으므로 엄격한 소방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미술작품 100여점이 모두 타버린 것에 대해 미술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대학 본부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불탄 미술품들은 수년전만 해도 17억여원, 현재 2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돈 보다는 귀중한 작품들이 불타버렸다는 게 문제다. 

현직교수들 및 은퇴교수들의 미술작품과 기증품을 비치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미대 교수들은 오래 전부터 보관동 건축을 본부에 건의했지만 묵살해왔다는 것.

미대 관계자는 "원광대는 음악 미술 서예 분야에서 전북을 선도해왔고, 작품들은 지역과 학교의 자산"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방습방음이 안 되는 곳에 방치한 것은 학교측의 관리에 문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