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한 농가에서 바닷물로 키우는 왕새우(흰다리 새우)를 지하수로 양식하는데 세계에서 첫 성공을 거둬 향후 익산이 왕새우 특산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생물 바이오폴락(biofloc)을 활용해 사육수를 정화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미생물 덩어리를 다시 새우의 먹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세계최초 사료효율을 극대화한 친환경 고밀도 방식이어서 새로운 양식산업이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왕새우 지하수 사육방식 성공에 따라 앞으로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서도 얼마든지 왕새우를 키울 수 있으며, 국내 폐 양만장(장어 양식장) 수백여 곳을 왕새우 양식장으로 활용할 경우 연간 수백억 원 이상의 수입 대체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획기적인 방법, 지하수로 왕새우 양식에 성공한 오산면 소재 금호양만장을 지난 13일 찾았다.

◆ 0.5% 염분 포함된 지하수로 바다 왕새우 양식 성공

지하수로 왕새우 양식에 성공한 이는 오산면 남전리 15~27번지에 위치한 '금호양만장 대표 심영석(48)씨.

이곳은 이미 장어로 익산에서 유명하다.

심영석 대표는 49년째 양식업을 하던 부친의 과업을 이어받아 2대째 26년간 양식업을 하고 있다.

장어를 양식하던 심 대표는 물을 계속 교환해줘야 하는 양식의 특성 상 잠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던 장어양식을 더 활성화 하기 위해 지하수를 계획했다. 표층의 경우 철분이 많아, 깊이 파들어 가던 중 지하 250미터 암반에서 염도 0.5%의 물이 쏟아졌다. 심 대표는 당시 충청도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내 수산진흥원 갑각류연구센터를 수차례 다니면서 알게된 왕새우를 떠올렸다. 광염성 어종인 왕새우가 살기 적합한 염분은 0.3%~4.5%인데 이 지하수가 0.5%의 염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심 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심 대표는 장어를 키우던 3000㎡ 양식장에서 지하수를 이용해 0.007g짜리 왕새우 치하(稚蝦 : 새끼새우) 100만마리를 입식해 1마리당 25g짜리로 사육하는데 성공했다.

◆ 지하수로 어떻게 왕새우를

심 대표는 미생물 바이오폴락을 이용했다. 이 바이오폴락은 새우의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 미생물이 활성화되면 새우가 이 미생물을 먹는다. 또한 이 미생물은 염분 0%에서 활성도가 가장 좋다. 기존의 해수에서는 염분의 농도가 높아 이 바이오폴락이 생존할 수 없다. 바닷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많고, 염도가 3%로 바닷물보다 활성도가 훨씬 좋은 환경이어서 왕새우가 죽지 않고 잘 자라게 됐다. 바이오폴락을 먹은 왕새우는 면역체계가 생겨 바이러스에도 강하게 된다는 점도 심 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또한 이 미생물이 사료의 잔존물을 먹어치워 사육수의 부패도 막아준다.

양식 새우는 보통 대하, 흰다리 새우, 홍다리 얼룩새우 3종으로 나뉜다. 한국에서 유명한 대하는 우리나라와 중국 어종으로 바이러스 때문에 양식을 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주로 9월과 10월 가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어종이다.

심 대표가 지하수 양식에 성공한 흰다리 새우는 아열대성 생물로 에쿠아도로를 비롯한 중남미 등 따듯한 바다에서만 산다.

이 흰다리 새우는 한국에서 대하의 대체종으로  2006년부터 수산진흥원에서 우리나라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흰다리 새우가 전 세계의 양식종으로 70%를 점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대하 대체종으로 흰다리 새우를 보급해서 '왕새우'로 가을 한철 일부에서 팔리고 있다.

그런데 심 대표를 통해 이제는 한국에서 4계절 언제나 왕새우인 흰다리 새우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새우 수입국 한국, 수출국 전환 가능성이 익산에

한국은 대표적인 새우 수입국이다. 새우는 25℃~32℃에서 살기 때문에 여름철 외에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해수 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없다. 새우 주산지인 태국이나 베트남의 경우 축제식 양식장에서 년간 3~4회 키우기 때문에 3~4배의 생산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경우 년간 2만여톤을 수입하고 대부분이 외국산이며 냉동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심 대표의 지하수를 이용한 바이오폴락 양식법으로 이제부터는 한국에서 연중 왕새우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왕새우 생산이 가능함에 따라 익산시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따를 경우 외국산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11월부터 이듬해 7월 까지는 왕새우를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입에 의존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 더 이상 냉동 왕새우가 아닌 살아있는 생물 왕새우를 연중 먹을 수 있게 된 획기적인 사건이 됐다.

◆ 항생제 등 약물 전혀 사용 안한 무항생제 친환경 유기 왕새우

또한 바이오폴락이라는 미생물과 함께 지하수를 이용해서 초고밀도 사육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새우가 배설한 배설물과 사료찌꺼기를 미생물 바이오폴락이 먹는다. 기존 투입 사료의 20%를 미생물인 바이오폴락이 먹어 치우고, 또한 이 바이오폴락을 새우가 먹으면서 면역력이 기존보다 무려 30% 이상 강해져 항생제를 비롯한 약을 쓸 필요가 전혀 없게 됐다. 무항생제 친환경 유기 새우 생산이 가능해 양식산업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 익산이 왕새우 특산지 되다

왕새우 지하수 양식은 전국에서, 세계에서 최초다. 익산이 연중 4계절 친환경 유기 새우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됐다.

심 대표는 또, 생산성과 상품성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초고밀도 양식은 우리나라 기존 생산량의 50배가 늘어난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태국 등 왕새우를 양식하는 기존 점유 국가에 비해 17배 이상의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을 쓰지 않고 병이 없어 상품성도 뛰어나다고 심 대표는 설명하고 있다.

경제성 또한 뛰어나다. 기존 양식의 경우 물을 지속적으로 교환해줘야 하지만 지하수를 이용한 바이오폴락 양식의 경우 분비물과 사료찌꺼기 등을 미생물인 바이오폴락이 계속 먹어치우기 때문에 물을 교환할 필요성마져 없어졌다. 증발되는 물만 채워주면 되는 충분한 새로운 기술이다. 왕새우 양식 적정 온도인 25℃~32℃ 온도만 맞춰주면 연중 생산이 가능해 익산이 한국 최초로 왕새우 특산지가 된 것이다.

◆ 뛰어난 경쟁력도 갖춰

심 대표에 따르면 수입산 냉동 새우의 경우 1마리당 수입 원가가 200원 정도 하는데 익산에서 생산하는 왕새우 원가의 경우 80원대다. 특히 약을 쓰지 않는다. 과거 양식의 특성상 어류에 주던 항생제를 먹지 않게 됐다는 것은 획기적인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오폴락이 섞인 물을 3년 이상 쓸 수 있어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다. 겨울철 4개월 동안 온도관리만 잘하면 끝이다. 사료비도 절감되기 때문에 경제성에서도 과거의 양식 및 수입산 새우 가격 대비 월등히 뛰어나 오히려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익산에서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으로 익산이 왕새우 특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시사하는 것이다.

◆ 실패 경험으로 얻은 과거 양식과는 다른 맛

기존 양식 새우의 경우 흙냄새가 나고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갑각류의 껍질을 벗겨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바이오폴락을 활용한 왕새우는 흙냄새가 없고 껍질이 부드럽고 얇아서 먹기에 아주 부드럽고 통째로 먹을 수 있다. 심 대표가 이러한 맛이 나는 왕새우를 개발한데는 역시 실패가 따랐었다.

심 대표는 황복어 양식을 하다가 실패했다. 1998년 황복어를 키우던 당시에도 염분의 농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었다. 좋은 황복어를 생산했지만 실패가 따랐다. 복어를 구매하는 이들이 구매한 복어는 어항에 전시만 해놓고 실제 판매는 냉동 수입 복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냉동 수입 복어보다 심 대표가 판매하는 복어가 비쌌기 때문에 식당 전시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던 물에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됐고 이 실패의 거울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어 준 계기가 됐다.

◆ 정부의 발빠른 산업화 대응 촉구

심 대표가 발견한 지하수 이용 왕새우 양식법은 세계에서 전무하다. 태국, 미국, 이스라엘이 해수 양식을 연구하는 대표국가지만 10회 투자 대비 3회 밖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 산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방법은 산업화로 가능한데 정부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심 대표가 새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5년. 수산진흥원 갑각류연구센터 실험실에서 새우가 열 다섯번의 탈피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을 교환할 때 탈피를 하고, 탈피한 각질까지도 이 새우들이 먹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기초지식일 뿐이었다.

새우 양식을 하기로 최종결정한 것은 지난해 1월. 이전까지 심 대표는 5년이 넘게 이 연구소에 가서 면담을 신청하고 지속적인 구애로 인해 지난해 1월 정부가 저염도 바이오폴락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연구는 해수를 이용한 바이오폴락 기술만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다. 염분이 있는 지하수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심 대표가 처음 한 것이다. 전라북도와 농수산식품부도 최근 급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익산에서 개발된 바이오폴락을 이용한 왕새우의 지하수 양식에 대해 노하우와 산업화에 대한 타국의 선점을 막을 일에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촉구되고 있다.

◆ 실패 거듭하다 네번째 성공

심 대표는 수산진흥원으로부터 알게 된 바이오폴락을 이용한 왕새우 양식 방법을 지하수에 적용하는데 세번의 고비를 마셨다. 지난해 왕새우 치하 100만마리 투입을 거듭했지만 왕새우를 살릴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24일 세번째 넣은 왕새우 치하 100만마리 마저 모두 죽었다. 세번의 고배를 마신 뒤 심 대표 만의 노하우를 발견, 올해 4월 20일 네번째부터 본격적인 양식을 시작해 현재 3천㎡에 0.007g 치하 100만마리를 입식해 올해 8월 말부터 출하를 시작했다.
년간 40톤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5개월이면 마리당 평균 25g의 왕새우 출하가 가능하고, 한국에서 단한번 성공한 적이 없는 45g 왕새우 생산까지 성공했다.

심 대표는 현재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금호양만장에서 장어와 함께 kg당 3만원에, 포장할 경우 2만5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어장 운영 철학에 대한 질문에 심 대표는 "내가 먹는 새우를 생산합니다"고 답했다. 이제 익산에서 전국 유일하게 바이오폴락을 활용한 지하수 양식 왕새우를 연중 생산할 수 있게됐고, 익산이 왕새우 특산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