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선화설화, 전설로서의 신비함 사라져 
사랑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효과 반감

미륵사지석탑의 해체 과정 중 발견된 사리장엄구 중 순금으로 제작된 사리봉영기.

앞면(위)과 뒷면(아래)에 빼곡하게 미륵사의 창견 내력을 담고 있다.

익산시의 대표적인 축제는 서동축제와 천만송이 국화축제다.

해마다 각각 6억 원 안팎의 예산이 들어간다.

서동축제의 일부 프로그램은 교외에서 진행되지만 주 무대는 시내에 있는 중앙체육공원이며, 국화축제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중 국화축제는 시민들의 호응이 양호한 편이다. 국화꽃이 눈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동축제는 다르다. 해마다 거의 비슷한 형식으로 치러지며, 서동선화 행렬과 개·폐막식을 제외하면 사실상 관심밖에 있다.

서동축제를 계속 열어야 하는지, 만약 폐지한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이유다.

글 싣는 순서

상. 서동축제의 명암

하. 가람축제로 바꾸자

◇ 근거가 사라진 축제

서동축제는 익산시의 대표 축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축제 자체도 성립될 수 없는 것이 됐다. 서동축제는 무왕인 서동과 왕비인 선화공주의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인데, 이 설화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미륵사 탑 발굴과정에서 나온 사리장엄기로 인해 고려 때 일연선사가 지은 삼국유사의 기록이 허구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미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난 마당에 자꾸 픽션을 끈을 잡고 있는 것은 어느 모로 보다 옳지 못하다.

설화는 설화로서 존재할 때 신비로움과 상상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서동선화 설화는 이제 콩쥐팥쥐 설화나 선녀와 나무꾼 설화보다 가치가 떨어졌다.

일연선사가 말했던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만 본다면 실존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삼국유사에서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는 일연선사가 미륵사 창건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미 몇 년 전 사리장엄기가 발견돼 미륵사 창건을 주도한 사람이 선화공주가 아니며 좌평의 딸 사택적덕 왕후라는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익산에서만 서동선화 설화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기록에 없는 선화공주가 무왕의 첫 번째 부인이었을지도 모르며, 무왕의 왕비는 여러 명이었기 때문에 그중에 선화공주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은 또 다른 픽션을 만드는 것이고, 거짓말을 조장하는 것이다.

옛날에 만들어진 픽션은 곱게 봐 줄 수 있어도, 과학적 실증을 강조하며 합리적이고 객관적 사고방식을 숭상하고 있는 현대 들어 허구를 만드는 것은 지적 사기에 불과하다.

서동축제를 단순한 동네 축제로 격하시킨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30만 익산시민의 대표축제이며,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라면 그만 두는 게 좋다.

서동선화 설화는 이미 학계에서도 인정하지 않으며, 허구에 바탕을 둔 축제에 손님을 끌어들인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다른 지역 관광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가 없다.

◇ 삼국유사의 내용

현대인들은 종교를 떠나 불교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서동선화 설화를 믿지 않는다.

삼국유사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무왕은 어렸을 때 마를 캐서 팔아 생계를 꾸려갔기 때문에 서동薯童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백제의) 서울 남쪽 연못가에 집을 짓고 살았던 과부였는데, 연못의 용과 관계를 맺어 서동을 낳았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서울(신라 경주)로 올라가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노래(서동요)를 따라 부르게 했다. 이 노래가 신라 왕궁에 퍼져 공주가 귀양을 가게 됐는데, 도중에 서동이 나와 절을 올리며 모시고가겠다고 했다. 공주는 서동을 몰랐지만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기뻐해 서동을 따라가다가 정을 통했다. 백제에 온 선화공주는 어머니가 싸준 금 한 말로 살림살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서동이 웃으면서 이게 뭐냐고 물었고, 공주는 이게 황금이라는 것인데 이것으로 백년해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동이 웃으며 ‘이것은 내가 마를 캐던 곳에 진흙처럼 쌓여있다’고 말했고, 공주는 즉시 금을 신라왕궁으로 보내자고 했다. 부부는 금을 캔 뒤 언덕에 쌓아놓고 미륵산 사자사 지명법사에게 어떻게 경주로 옮길 것인가를 물어봤는데, 법사는 금을 신통력으로 보내주겠다고 장담했고 공주는 사연을 적은 편지와 함께 황금을 사자사 앞에 갖다 놨다. 지명법사는 정말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금을 신라 궁중으로 보냈다. 그러자 진평왕은 지명법사를 더욱 존경하게 됐고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다. 이에 서동이 민심을 얻어 왕에 올랐다. 하루는 무왕이 선화부인와 함께 사자사로 가는 도중 금마면 용화산 밑에 있는 큰 연못에 이르자 미륵삼존불이 물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수레를 멈추고 예를 올렸다. 이에 선화부인이 이곳에 큰 절을 짓기를 원한다고 왕에게 말하자 왕이 이를 허락했고, 지명법사에게 의논하니 법사는 또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연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었다. 미륵삼회(미륵삼존불:편집자주)를 모셔 절을 세운 후 무왕이 미륵사(삼국사기에는 왕흥사라고 함)라고 이름 지었다.>

이 글의 주제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아니라 미륵사 창건의 배경이다. 왜 미륵사를 지었고, 미륵사 창건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픽션을 끌어들인 것이다. 감동이 없고 맥락이 조잡해도 그냥 설화로서만 존재했다면 좋았을 내용이다.

◇ 교훈도, 오감도 만족시킬 수 없는 서동축제

축제의 기능은 크게 교육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으로 나뉘며, 두 가지 다 만족시키는 축제도 있다. 상업적 기능도 있지만 교육과 오락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서동축제는 어디에 속할까?

무왕과 선화공주에게서 익산시는 아무런 교육적 효과를 낼 수가 없다.

함평 나비축제나 김제 지평선 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완주의 로컬푸드 축제는 축제의 장소와 주제가 교육적 기능을 갖고 있다.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과 농경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시민들에게 교훈을 준다. 게다가 보고 느끼고 맛보고 체험하는 것을 통해 오감을 만족시키며 이는 오락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서동축제는 설화가 허구로 밝혀지면서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빛을 잃었다. 필살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어진 것이다. 무왕 또한 마찬가지다. 무왕이 익산 출신이며, 익산으로 천도하기 위해 노력했고,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것 말고는 그에게서 역사적 존재가치를 찾기 힘들다.

실제로 익산으로 천도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천도 노력만 인정할 뿐 천도했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젓는다.

게다가 그의 아들인 의자왕 때는 백제가 멸망했다.

무왕 때의 강성함을 강조해봐야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그래서 후손들은 무왕을 존중할지언정 그에게서 얻어낼 역사적 교훈이 마땅치 않다.

선화공주는 실존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더욱 실체를 찾기 어렵다.

아울러 왕궁에서 쫓겨 난 선화공주가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서동의 길 안내에 선뜻 따라 나서고 정을 통한 후 결혼했다는 사랑이야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허구의 설화 위에 감동 없는 사랑이야기를 덧씌우고 익산시를 “사랑시”라고 홍보하고 “천년의 사랑”이라고 포장해봤자 호응이 있을 리 없다.

서동선화 이야기가 설화로서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마당에 서동선화를 마차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거창하게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백제왕조의 정통성 측면에서 익산은 부여와 공주에 비해 약하다.

익산이 백제의 왕도였다고 주장하면서 부여·공주가 갖고 있는 백제왕도의 위상을 빼앗아오기는 힘들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축제는 지역특성을 살린 독특성이 있어야 하는데 서동축제는 기본적으로 백제역사를 주제로 한 것이라 부여·공주와 겹친다.

그렇다고 서동축제가 오락적 기능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재미가 없다는 게 시민들의 정서다.

그러다보니 먹고 마시는 동네 축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익산시민들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끌어올리기에는 퍽이나 부족하다.

서동축제를 넘어 새로운 축제를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역사적 고증과 팩트가 부족하고 설화에 의존하다보니 축제가 각종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서동축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교육·오락 기능을 만족시키면서 상업적 부가 효과를 내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