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왕궁가축분뇨처리장의 지연배상금(지체상금)을 업체에 유리하게 부과했다. 법률 상 80억484만원의 이익을 업체에 안겨줘 업계와 익산시와 유착고리 및 최종결재권자의 개입여부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80억 배임 의혹의 전말을 살펴봤다.

▶ 늦어진 준공검사 왜?

왕궁 가축분뇨처리장 기능보강사업은 하루 70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국비 413억4,700만 원, 도비 22억4,700만 원, 민자 127억 2,300만 원 등 총 약563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벽산엔지니어링 외 5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뉴워터(주)가 사업자로 지난 2011년 6월 28일까지 안정적인 수질을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기술적인 문제로 방류수 수질을 맞추지 못해 공사가 233일간 지연됐다.

수질확보 문제는 2012년 2월까지 8개월 간 지속됐다.

가축분뇨처리장이 준공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질을 확보해야 하는데 최초 채수를 한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5일 간격으로 총 8회의 채수를 한 뒤 단 한차례만이라도 수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준공완료일까지 지체되는 기간에 대해 매일 4천여만원의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2011년 11월 17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수거된 가축분뇨 1차 처리과정에 60℃의 온도를 유지한 후 2차처리과정으로 넘어가면서 30℃로 낮춰져야 하는데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60℃가 유지돼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벽산엔지니어링 등 5개 업체로 구성된 뉴워터(주)가 도입한 3가지 특허공법이 서로 맞지 않으면서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온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또, 한가지 의문점은 준공기한인 2011년 6월 28일부터 6개월 간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한 회사가 갑작스레 온도 유지에 성공하고, 보증수질을 맞출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공정과정에서 중간에 불법으로 지하수를 섞어 온도를 낮추고 수질을 약화시켰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 가축분뇨처리장 준공 지연 에 따른 지연배상금이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0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상대자가 준공기한 안에 공사를 완성하지 아니한 때에는 매 지체일수마다 계약서에 정한 지연배상금률(0.001%)을 계약금액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같은 법률은 기성부분에 대하여 검사를 거쳐 이를 인수(인수하지 아니하고 관리·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한 때에는 그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계약금액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기성부분의 인수는 그 '성질상 분할할 수 있는 공사에 대한 완성부분'으로 인수하는 것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은 '인수한 경우'는 계약금액(총사업비)에서 인수한 부분에 대해 지급한 기성금을 제외한 비용을 기준으로 지연배상금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인수'를 했다 함은 대법원의 판례(2001다1386 판결)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일을 못했거나 근로자들의 파업,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수급의 차질 등으로 인해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는 안되고,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하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에는 지체일수를 산입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상대자가 대체 사용할 수 없는 중요 관급자재 등의 공급이 지연되어 공사의 진행이 불가한 경우,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착공이 지연되거나 시공이 중단된 경우(익산시의 경우 저류조공사가 이에 해당된다), 계약상대자의 부도 등으로 보증기관이 보증이행업체를 지정하여 이행할 수 없을 경우, 설계변경으로 인해 준공기한 안에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경우,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해당 관급자재의 조달 지연이나 사급자재의 구입 곤란 등 그밖에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지체된 경우는 지체일수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왕궁 가축분뇨처리장 공사의 경우 시공사가 기계결함 및 온도 유지를 못해 방류수 수질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건물을 인수해서 익산시가 사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 인수한 경우란

지연배상금의 부과 기준은 협약서에 계약한 공사대금 전액을 기준으로 해서 지체일수와 요율(0.001%)을 곱해 계산한다.

법률에서 말하는 '성질상 분할 가능한 공사' 부분을 인수한 경우 시공사가 약정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지연배상금은 인수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부분에 대해서만 부과해야 한다.

그렇다면 쟁점이 되는 사항은 익산시가 준공처리를 하기 전까지 이 건물을 인수했는지 여부다.

관급공사의 경우 이에 대한 규정이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4조 제2항이 그 규정이다

 즉, 기성부분에 대하여 검사를 거쳐 이를 인수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계약금액에서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지체상금을 계산하도록 하되, 인수는 성질상 분할할 수 있는 공사에 대한 완성부분에 한정한다. 같은 내용이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인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5조 제2항에도 규정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0조제2항과 행정자치부 예규인 공사계약일반조건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이 규정을 알기쉽게 설명한다면, 공사건물 3개 동 가운데 2개동은 도급인이 인수해 본래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나머지 1개 동만 약정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면 전체 계약금액이 아니라 1개 동의 계약금액이 지연배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실제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S건설은 N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교 교실 및 운동장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준공기한 내에 교실과 운동장을 인도해 주고, N교육청은 이를 인도받아 초등학교를 개교했다.

다만, 진입로 공사가 약정 준공기한 보다 10일 정도 늦어졌다. 이에 대해 N교육청이 전체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지체상금을 부과하자 S건설은 위 조항을 근거로 진입로 공사 부분에 해당하는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지연배상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소송을 냈다. 교실과 운동장은 실제로 인수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쟁점은 진입로 부분의 공사가 성질상 분할 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법원은 N교육청이 교실 및 운동장을 인수해 사용·관리하였으며, 위 부분과 미시공된 나머지 진입로 부분은 성질상 분할 할 수 있다고 판단해 N건설의 손을 들어주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02가단57256 공사대금 판결).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B건설은 A시로부터 상수도관 교체공사를 도급받아 약정준공기한 이내에 통수시험까지 마쳤다. A시는 교체된 상수도관을 이용해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A시 공무원은 B건설이 상수도관 교체공사에 부수된 공사인 도로포장 등의 마무리공사를 기한 내에 마치지 못했다며 전체 공사금액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건설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통수시험까지 마치고 교체된 상수도관을 이용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이상 실제로 기성부분을 인수하여 사용·관리하고 있으므로 지연배상금을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리하면, 성질상 분할 가능한 공사 부분을 기성부분으로 인수한 경우, 수급인이 약정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지체상금은 인수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부분에 대해서만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익산시가 부과한,문제의 지연배상금

익산시의 경우 이와 전면 다르다. 한 공간 안에 전체 공정이 연결되어 있다. 기계의 결함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고, 전체 공정이 마비된 사건이다. 일부 공정이나 구간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가축분뇨가 일부에서 처리되어 시민들이 이 시설에 대한 혜택을 본 것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사실상 익산시 또는 익산시민이 이용했느냐의 문제인데, 준공 전까지 익산시도 익산시민도 이를 사용한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므로 익산시는 총사업비 424억3,400만 원에 대한 지체일수 233일에 요율 0.001%를 곱하면 98억8,712만2천원이 지연배상금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익산시는 총사업비에서 기성금으로 총10회 지급된 350억5,551만6,776원과 익산시의 책임으로 공사가 늦어진 저류조 공사비  25억5,077만2,719원을 제외한 48억2771만505원을 적용한 금액을 지연배상금 부과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익산시는 48억2771만505원에 지체일수 233일에 요율 0.001%를 곱한 11억2,485만6,548원 만 지연배상금으로 부과했다.

저류조 공사의 경우 가축분뇨처리장 본 건물이 가동된다 해도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고,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공사가 지연된 책임에 대해서는 익산시에 책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의 의해 본관 건물이 가동될 경우 본관 건물을 인수한 것으로 가정한다면, 저류조 공사의 지연은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주민반대가 있었다 하더라도 익산시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책임은 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국,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의레 지급하는 기성금 지급을 '인수'한 것으로 판단한 것에 대한 익산시의 행위가 곧 배임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저류조 공사와 이미 사용하고 있던 진입로 공사의 비용을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익산시는 총사업비 424억3,400만원에서 저류조공사비 25억5,077만2,719원과 진입로 공사비 7억원을 제외한 391억8,322만7,281원을 부과기준으로 하고 지체일수 233일에 요율 0.001을 곱한 91억2,969만1,956원을 지연배상금으로 부과해야 했다.

결국 익산시가 직무를 유기하고 11억2,485만원만 부과해 80억484만원 상당의 이익을 업체에게 안겨준 셈이다. '인수한 경우'에 대한 해석이 모호했다면 익산시는 행안부나 환경부 또는 기획재정부에 질의회신을 해야 했지만 익산시는 지난해 5월 14일 정부합동종합감사장의 한 감사관과 전라북도 감사관에게 구두로만 문의한 내용에 대해 익산시청 환경위생과 과장 전결 보고처리로 갈음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