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축산단지가 외지 축산농가들과 대기업의 분뇨 처리장으로 전락하면서 새만금수질 개선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 사육농가에서 지불하는 분뇨처리비보다 최고3.2배 낮은 왕궁 특수지역의 잇점과 지속적인 사료 사용을 노린 대기업이 왕궁축산농가에 위탁 및 임대 사육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축산 농가 농민들의 요구인 평당 축사매입비 70만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왕궁 특수지역이 아닌 일반 돼지 사육농가의 경우 톤당 1만5천원에서 2만 5천원 상당의 분뇨처리비가 소요된다. 하지만 왕궁 축산단지의 경우 한센인 특수지역이란 이유로 익산시에 톤당 8천원 만 지불하면 된다. 한센인 지역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분뇨처리비가 거의 소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왕궁축산단지에는 총 13만 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익산시 축산과와 돼지 축산 농가들에 따르면 현재 사육되고 있는 돼지 총 13만두 중 대기업인 선진(그린포크), 도드람(팜스월드), CJ(돈돈팜) 등이 왕궁 축산농가에 위탁 및 임대해서 기르고 있는 돼지는 4만여 두다.

외지인이 왕궁의 축산 농장을 임대해서 기르고 있는 돼지 수는 1~2만여 두 가량된다. 위탁과임대 돼지 수를 계산하면 총 4~5만여 두로, 30% 가까운 양의 돼지가 외지인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위탁 사육의 경우 반출까지 4개월 동안 사료를 지원해주고 농가가 받는 위탁 사육비는 마리당 4만원. 돼지는 위탁한 대기업이 가져간 후 분뇨만 남게된다. 돼지 1마리가 4개월 동안 방류하는 분뇨는 세척수 양을 포함해 1,000여kg으로 처리비는 8천원 정도다.

분뇨 처리비가 대기업에서 받는 위탁사육비의 20%로 저렴하고, 현재 돼지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사료값의 상승으로 돼지를 직접 키우면서 손해를 보는 일이 없기 때문에 직접 사육을 기피하고 위탁 또는 임대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농장 소유만 왕궁 한센인일 뿐, 실제 주인은 외지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위탁업자와 농장을 임대한 외지 축산농가들은 처리비가 저렴한 농가들의 위탁 선호로 인해 시설개선, 증개축, 유지관리, 인력관리 등을 하지 않아도 되며 특히 민원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들을 노려 왕궁 축산단지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익산시와 정부가 이러한 모든 내용을 알면서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게 지역 양돈업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민은 "익산시가 발벗고 나서서 대기업의 위탁과 외지인 임대 사육을 막아야만 돼지 수가 줄고 분뇨발생량이 적어 새만금 수질에 유익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왕궁축산단지에 대한 환경개선사업에 대기업들이 도덕적 사명감을 가지고 스스로가 왕궁축산단지 농가들에 위탁하려는 야욕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왕궁축산농가들은 "왕궁 축산단지의 농민 대부분의 나이가 평균 70이 넘어 일을 못하고 있고, 재래시설로서 종돈을 키우면서 돼지를 사육할 환경도 없기 때문에 위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농민들이 원하는 시세가인 평당 70만원에 매입해주지 않고 있고, 위탁사육을 막으면 1천여명의 가족 생계막막하기 때문에 이마저 정부와 익산시가 막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농가들은 이어 "정부가 시세가인 평당 70만원 선으로 매입만 해주면 지금이라도 왕궁 축산분뇨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