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 종용에 미곡처리장들이 번갈아 매입.. 사실상 강매

<속보>익산시농민회가 익산시청 주차장에 수개월 동안 야적해 변질된 최저급 쌀이 지역의 명품 쌀로 둔갑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4개월 여 동안 야적해 놓았던 탓에 저질 쌀로 변질된 것을 알면서도 명품쌀을 생산하는 RPC에 싯가로 판매를 해 이득을 취해 온 익산시 농민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익산시농민회는 수년 전 부터 매년 정부를 대상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하고 공공비축미제도를 폐지하며, 한·중FTA를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익산시청을 비롯한 읍면동 등에 벼 야적시위를 하고 있다.

익산시농민회는 정부에 농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명분으로 11월 초경부터 2월 말경까지해 마다 다른 분량의 벼를 익산시청 등에 야적하고 거기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해 왔다.

문제는 익산시농민회가 이렇게 야적했던 쌀을 자신들이 먹지 않고 지자체의 행정력을 동원해 농협, RPC(미곡처리장) 등에 판매하도록 종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변질될 쌀을 싯가보다 낮은 가격이 아닌 싯가 또는 싯가를 웃도는 가격에 팔아넘긴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농민들은 야적 할 벼 포대에 좋은 벼가 아닌 저급 벼를 섞는다는 것이다. 생산할 때부터 아예 품질도 저급인데다 적정온도와 적정습도가 아닌 상태로 보관돼 형편없는 저급 벼가 지역 미곡처리장을 통해 명품쌀로 둔갑해 일반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상 강매행위의 관행화에는 익산시 행정력이 개입돼 있는데, 관련 공무원들은 각 미곡처리장에 야적쌀을 매입하도록 종용해 미곡처리장들이 매년 번갈아가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1년 야적됐던 40kg들이 벼가 2012년 3월 경에 신동진벼(976포대)와 일반계벼(2,890포대) 등 총 3,866포대 154톤이 익산의 A농협이 운영하는 미곡처리장을 통해 명품쌀인 B브랜드 제품으로 가공돼 소비자들에게 모두 판매됐다. 결국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료 또는 떡국용으로 밖에 사용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명품쌀인줄로 알고 사 먹은 것이다.

그동안 야적벼를 지속적으로 구입해 온 C미곡처리장 대표는 “도정을 해 보면 미질이 나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형편없는 야적벼를 포장해 쌓아놓았다가 고가로 팔아넘기는 일부 농민들이 더 문제다”고 말했다.   

익산시농민회는 올해에도 지난해 11월 9일부터 2월 28일 현재까지 약 4개월 여 기간 동안 익산시청 주차장에 쌓아두었던 쌀 350여포대 1만4천kg을 황등농협에 판매하기로 했다. 황등농협이 이를 구매한 상태는 아니어서 아직 소비자들에게 공급되지는 않았지만 과거와 같이 저질 쌀이 자칫 명품쌀로 둔갑해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황등농협 관계자는 “농민회가 야적한 쌀이 반입될 경우 황등농협의 브랜드인 실속미 또는 선화미인과 같은 명품쌀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문제는 익산시농민회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지역 일부 농협 또는 미곡처리장에 피해가 따른다는 것이다. 최저급 쌀을 인수하지만 가격은 싯가를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농민을 위한다는 조직이 벼를 야적한 일부 회원만을 위해 이득을 취하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일은 한심하다”면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