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포괄지정 해야”

고질적인 악취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익산시민들을 전라북도가 외면하고 있다. 익산시로부터 악취 ‘지역 지정’을 신청받은 전라북도는 ‘업체별 지정’으로 축소할 것을 고집하고 있어 익산시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익산시는 수년 전부터 시민들을 극심하게 괴롭히고 있는 악취를 뿌리뽑기 위해 악취를 배출하는 일부지역을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전라북도에 신청했다. 특히 화학공장들이 산재한 제 1공단과 2공단은 상습적으로 악취를 유발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공단 전체 지역을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악취발생시설이 산재해 있는 왕궁·춘포면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익산시의 요청에 대해 사업장 선별 방식으로 축소 지정했다. 또, 익산시는 팔봉동 지역 제1공단과 제2공단을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전라북도에 신청할 방침인데, 전라북도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악취관리구역이 포괄적으로 지정될 경우 청정지역 전북의 이미지 실추와 기업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포괄적인 악취관리구역 지정 대신, 사업장 별로 악취관리대상을 선정하는 사업장 선별방식을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악취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익산의 악취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분석하지도 않은 탁상행정의 현주소라는 비난을 부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가 익산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송동 어양동 팔봉동 영등동 일대의 경우 일반적인 악취와 다른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들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익산의 악취는 우선 1990년대 중반 부송동과 영등동 택지개발이 시작하면서 예고됐다. 택지개발 당시 제2공단이 이미 조성 중에 있는 상태에서 택지개발이 이뤄졌고 환경영향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채 택지개발이 진행됐다. 당시의 제1공단과 제2공단은 대부분이 신규시설로 건축됐기 때문에 시설의 노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악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제2공단의 시설들은 대부분 노화됐고, 부송동과 어양동 영등동은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상가가 형성되면서 인구밀집지역으로 변화 했다.

익산의 악취는 특정 대기업인 LG생명과학, 두산전자, 국도화학, 벽산전자, 한솔홈데코 등의 대기업으로 부터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소규모 기업들까지 전체의 설비가 노화되는 현상과 맞물려 집단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영등 부송 택지개발 당시 제2공단과의 거리 유격을 두지 않은 이유와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악취는 대규모의 띠를 형성하면서 영등동과 부송동 팔봉동 전체를 뒤덮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자칫 탁상행정으로 이어질 경우 전라북도가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몇 개의 악취발생 사업장만 단속하면 악취가 사라질 것으로 판단할 공산이 높다.

익산 악취해결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영훈)도 지난 26일 전북도의 입장에 대해 성명을 내기로 하고 “왕궁과 춘포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원하고 있고, 제2공단의 경우도 몇 개 사업장 발생의 문제가 아닌 전체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고려해 지역 전체를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해야 익산의 악취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