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동에 위치한 세경1차 임대아파트 소유주인 세경건설(주)이 의무기간 임대 후 임차인들에게 우선 분양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편법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세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세경1차 아파트는 정부가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국민건설기금을 지원해 건설한 공공건설임대아파트다. 사업주인 세경건설(주)은 5년의 의무 임대기간 완료 후 당초 취지인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세입자 우선분양을 추진하지 않고 대행업자를 통해 임대사업자에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1989년 11월 준공해 24년이 지난 이 아파트는, 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 개시일로부터 5년의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나면 세입자에 분양 전환할 수 있다. 임대주택법에는 또, 세입자에 대해 분양전환을 하지 않고 임대사업자에 ‘지위 승계’로 매각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현행 임대주택법은 임대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건설임대주택의 경우 공동주택 2세대,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공동주택 1세대만 소유하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때문에 동산동 세경1차아파트의 경우 1세대만 소유하고 있어도 임대사업자로 신고가 가능하다.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매매계약서에 ‘임대사업자 지위 승계’로 계약하고 임대사업자 등록 신고만 하면 임대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

결국 법적으로는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분양과 다름없어 (주)세경이 일반인에게 분양 또는 전세를 내놓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세입자들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다.

9평형 48세대와 17평형 540세대를 합해 총 588세대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현재 361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197세대가 공가로 남아 있으며, (주)세경건설이 지난해 봄부터 이 공가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해 이미 30세대가 임대사업자에게 매각됐다.

지난 10일 확인 결과, (주)세경건설은 매각 대행사인 계림산업개발(주)과 협약을 맺고 비용을 투입해 빈집을 대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 현재 10동에 견본주택을 차려놓고 임대사업자에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다. 경우 수리되지 않은 17평형 공가의 경우 4천만원 상당의 가격으로 임대사업자들에게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각 대행사와 (주)세경건설이 리모델링비용을 추가해 매각 가격을 5~6천만원 선에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현재 임대해 살고 있는 361세대의 세입자들 상당수(약 170여세대)가 원래 임대보증금 819만원~832만원이 아닌 1천2백만원~2천만원으로 평균 4백만원~1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원 임차인에게서 분양권 포기각서를 받고 불법 전전세 또는 전대로 입주해 살고 있다.

5년의 임대기간이 완료된 시점인 1994년 경부터 현재까지 세입자 우선 분양이 추진되지 않은 이유로는 분양전환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당시의 전국적인 추세로 인해 서민 세입자들이 분양전환을 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 우선 분양 전환의 어려움을 겪은 건설주 (주)세경건설은 20여년이 넘게 불법 전대를 방치해와 건물의 각종 균열과 수도관 등의 노후 등이 지속돼 왔다. 또한 임대아파트의 노화에 대한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세입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렇게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전전세 또는 전대로 입주한 저소득 세입자들은 건축주가 향후 분양전환을 할 경우 비교적 싼 가격에 분양받을 것을 기대했지만, (주)세경건설이 이처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을 추진하자 2년의 임대계약기간이 끝나면 열악한 경제력때문에 쫓겨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주)세경건설이 직접 매각하는 것이 아닌 대행업자가 리모델링을 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이윤이 이중으로 발생해 아파트 가격만 상승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매각대행업자는 내부만 수선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에게 매각되면 오래된 건물 외부나 부서지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도로, 수도관 등에 대한 향후 관리상의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에게 매각이 되면 임대사업자는 임대료만 받고 관리비는 세입자가 지불하는 구조로 제대로된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규모의 임대사업을 목표로 매입을 하는 사람 역시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 향후 많은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준공 이후 현재 24년이 지나 건물의 노화 균열, 수도관, 창호, 도로 파손 등으로 인해 심각한 지경에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