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들이 기지개를 펴는 봄이 다가왔다. 마지막 고비인 꽃샘추위만 지나고 나면 봄 내음을 가득한 산으로 들로 봄을 맞으러 나갈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떨린다.

한편 기온이 상승하면서 곤충과 각종 병해충도 함께 활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병들고 시들기 일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원인을 모르고 방치하거나, 물을 너무 주는 등 결국 내다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민들을 위해 익산 농업기술센터(소장 박내현)가 2001년부터 식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번 이용한 시민은 매년 다시 찾아올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작년 한해만도 800여점의 식물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갔고, 문의전화도 매일 늘어가고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이 높다. 분재류, 난류, 관엽수류 등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들과 소나무 등 대형나무도 상담 후 증세에 따라 치료받아 건강해졌다고 하니 식물들에게 꼭 필요한 병원이 아닐 수 없다.

◈ 식물환자들은 곧 생기를 되찾아 정원을 이루고

식물병원은 농업기술센터 건물 뒤에 꽃이 핀 식물들이 가득한 유리온실로 꾸며져 있다. 병원이라 해서 시들고 병들은 식물들만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화사한 식물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병들고 시들은 상태로 방문했다 하더라도, 하나하나 식물들을 살피고 증상, 단계에 따라 맞게 치료를 실시하고 있어 회복된 식물들은 “저 건강해졌어요”라고 말하듯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식물병원 온실 안에는 치료실 및 회복실을 각각 마련해 두고, 병해충 감별을 위한 각종 기자재와 첨단장비들을 운용하고 있어 식물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

약 250㎡ 규모의 화훼 식물병원은 천여개의 화분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온도유지시스템까지 갖췄으니, 식물에게 둘도 없는 휴식공간이며 치료공간이다.

이곳에선 2명의 식물의사가 시민들이 호송해 온 식물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증상에 따라 맞는 비료와 영양제, 약품 등을 통해 치료해 주고 있으며 모두 무상으로 관리해 주고 있다.

분갈이나 영양제 투여 등 간단한 관리는 당일 가능하고, 병해충, 생리장해 등 상태가 심각한 경우 장기간 입원해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치료받게 된다. 물론 입원료도 무상이다.

그윽한 꽃향기와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식물들의 생명력이 가득해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이곳에서 고단함을 잊고 가는 힐링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복잡한 업무 이야기나 개인적인 이야기도 온실 속에서 주고받는다. 식물에게만 털어놓는 이야기, 꽃만 엿듣는 이야기가 있으니 ‘비밀 정원’으로 불리기도 하고, 인간들은 이곳에서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받고 가니 인간에게도 마음의 병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 명의는 힐링 공간을 만들고

화훼류 식물병원에는 13년간 식물 치료를 도맡아온 명의가 있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 김병현 주무관이 그 주인공. 김 주무관은 동료들 사이엔 일명 ‘국화박사’, ‘식물박사’로 통한다.

1997년부터 농업기술센터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 주무관은 식물병원 운영 외에도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전시용 국화 재배와 국화사랑연구모임 ‘국사모’의 분재 국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김 주무관에게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식물을 집에 가져오면 물을 많이 주면 잘 살겠지 하고 키우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물을 흠뻑 줘야하는 식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식물도 있고,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식물도 있어요” 그는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 먼저 그 식물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흔히 알고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일은 동물이나 식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식물들을 위한 환경개선을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TV, 잡지 등에서 우유, 막걸리, 한약, 피로회복제 등을 영양제라고 주는 것을 보고 시도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추천하는 치료방법은 아니라며, 원인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증명이 안된 영양제 투여행위는 금지행위라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화훼재배 자격증을 보유한 화훼전문가로, 화훼와 평생을 함께해왔으며, 식물들과 함께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 익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식물병원은 3월부터 12월까지 익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진단과 처방은 물론 치료 후 관리까지 도와준다. 또 치료목적이 아닌 집에서 혼자하기 힘든 분갈이나 병해충 방제 방법까지 자세하게 일러주니 식물재배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직접 농업기술센터에 방문 접수하면 되며,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화상담을 통해 적정 치료법을 상담 받을 수도 있다. 상담 및 문의는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859-4978)로 하면 된다.

박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