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 택지개발지구 부영아파트가 분양율과 입주율이 40%를 넘지 못하자 전세로 전환하면서 기존 입주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전환하는 이유가 분양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어서, 전세자들을 분양을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영아파트 입주민들 60여명은 지난 4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열고 모현동 분양사무실을 찾아 “입주민 무시하는 전세전환을 즉각 중단하고 분양가를 인하하라”면서 전세전환 반대 결의대회를 여는 등 시위에 나섰다.

비대위는 “좋은 위치, 넓은 동간 거리, 전 세대 남향이라는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인테리어와 그에 맞지 않게 높은 분양가로 같은 시기 분양한 타 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분양률(37%)로 인한 재산가치가 하락한다”면서 “입주민 무시하는 전세전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부영아파트 회사 측이 ‘전세 전환 절대 없다’, ‘50% 이상 분양됐다’더니 지난해 11월 27일 입주를 시작한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입주민과 협의 없이 전세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입주민을 다 죽이는 행태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전세전환 반대 주장 뿐만 아니라 부영아파트의 하자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신속한 하자처리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라”면서 “분양아파트 다운 특화시설 하나 없이 고분양가 승인, 허술한 준공검사 승인, 미완성 공사 및 하자처리 지연, 고분양가에 비해 부족한 주민 편의시설 미흡, 지붕없는 재활용 분리수거장, 단지내 주 도로 보도블럭 편향적 시공, 단지 내 어두운 조명” 등의 하자문제를 지적했다.

비대위는 또 상가매매가 100% 완료되었는데도 상가 입점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저조한 분양율로 인해 주변 상가에도 영향을 미쳐 택지 내 근린생활시설 신축이 저조하다고 밝혔다.

윤덕희 비대위 선임분과장은 “하자의 경우 곰팡이, 렌지후드 소음과 진동이 심한 것도 문제지만, 분양을 위해 어느 정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전세전환은 입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며 “현재 1달간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로 매일 오전10시부터 12시, 2시부터 4시까지 두차례 지속적인 집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부영아파트 관계자는 “분양을 유도하기 위해 높은 가격으로 전세전환했지만, 전세 입주자가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는 2년 뒤 분양을 원할 경우 전세금 외 나머지 잔금에 대한 선납이자를 할인해주는 조건이기 때문에 분양을 위한 전세자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계약서 상 2년으로 계약기간을 정해놓았지만 향후에도 분양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인 연장이 무기한 가능한 현행법에 따라 자칫 임대아파트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입주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