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오 의원

오월은 풍성함이 넘치는 달이다. 따뜻한 바람과 햇살이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고, 우리가 늘상 지나다니는 길가엔 빛깔 고운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특히 우리 지역은 시민의 날 행사와 ‘익산서동축제’가 열려서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이렇듯 모든 것이 더없이 충만한 계절 오월은 그 계절이 주는 여유만큼이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날도 많다.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스승의 날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스승의 날은 인간의 정신적 인격을 가꾸고 키워주는 스승의 높고 거룩한 은혜를 기리어 받들며 평소에 소홀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되새기며 따뜻한 애정과 깊은 신뢰로써 선생님과 학생의 올바른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을 교육하는 숭고한 사명을 담당한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기풍을 길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윤리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만든 날이다.

스승의 날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하지만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고 약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낀다.

부모님들은 선생님께 선물이라도 해야 하는 마음에 부담감이 있고, 선생님들 또한 제자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물이 아닌 받기에 부담이 될 정도의 선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표현하는 방법과 말이 다소 서툴거나 어색해도 교사에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진다. 스승이 제자를 사랑하고, 제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모습이 더 소중한 선물이 아닌가 한다.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읽어 봤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데,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방송가이자 유명한 칼럼니스트인 작가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다.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스승 모리교수와 저자가 매주 화요일에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삶과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는 책이다.

루게릭 병에 걸리기 전까지 대학에서 평생 학생들을 가르친 노교수 모리 슈워츠, 죽음을 앞둔 노교수가 20년만에 만난 제자와의 만남에서 들려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글이다.

루게릭 병은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점차적으로 세포 모두가 파괴되고,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한다.

죽음을 앞둔 쇠약한 노인에게서 유능하고 잘나가는 한 젊은이가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닫고 배우게 되는 내용으로 사실 우리 인간사에 항상 있었던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드시 은사님이 아니어도 나이가 들면 경험으로 축적된 삶의 지혜로 인해 언제나 젊은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지혜를 감탄하며 배워 나갔고, ‘노인’은 문제 해결책의 보고로서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현대에 오면서 급속히 바뀌었다. 노인은 더는 삶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하고 젊은이에게 의존하는 사람으로 노인이 말하는 소리는 다 잔소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모리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삶이 하루가 남았건, 50년이 남았건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죽음을 앞둔 우리에게 모리교수는 우리 인생의 여러 사건을 주제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선고 받고 병원에서 나오던 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쓸 것인가? 그는 ‘죽어간다’는 말이 ‘쓸모없다’란 말과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제자에게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가르침을 주었다.

이 책을 통해서 인생을 살아내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헛된 낙관이나 분노로 남은 인생을 허비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 미치 앨봄은 “여러분들껜 혹시 이런 스승이 안계십니까?”라고 자랑 섞인 질문을 던진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련지...

요즘 방송에서 보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생님들도 물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제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들도 많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스승의 날도 많이 변화됐다. 한 때는 오히려 스승의 날 행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대세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기억하고 그날만이라도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꽃 한 송이를 달아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은 꼭 뵈고 싶었던 선생님을 연락해 한번 찾아뵈는 것도 의미 있는 스승의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황과 시간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존경했던 선생님께 전화통화라도 하는 것이 고마우신 은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