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생 목사

1970년대를 시작으로 80년대를 거쳐 90년대 말까지,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 항상 존재했던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 익산에 살고 있다. 부송동에 자리잡은 단비교회 전병생 목사(63).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익산의 인물이 현장에 함께 했고, 지금도 익산의 변화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노력하고 있는 인권과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그를 찾았다.

◈ 인권운동의 출발

1970년 그는 20세의 나이에 한신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그의 인권운동 인생의 막을 올렸다.

1970년 그는 우연히 전태일 열사 추모기도회에 참여했다. 당일 김재준 박사(신학자, 범국민투쟁위원장)가 추모사를 하면서 “오늘 추모는 전태일 열사의 추모식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추모식이다”는 얘기를 듣고 교회가 바로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가 예수그리스도의 몸으로써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민중의 아픔에 동참하는 교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남았다. 예수가 이 세상에서 살아오신 것처럼 교회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인권운동과 민주화 운동은 시작됐다.

1학년과 군생활을 마치고 1974년 제대 후 3월에 복학했는데 당시 학원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고, 민청연 사건과 인혁당 사건으로 긴급조치 1호 4호가 발동되면서 학생들이 많이 구속됐다. 전 목사는 구속자 석방과 유신헌법 철폐, 학원민주화,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농민들의 생산가 보장 등을 이슈화 하면서 투쟁에 참여했다.

74년 10월 경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언론자유 선언을 하자 전 목사는 이에 대한 지지선언에도 동참했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 동아일보 근처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1975년 긴급조치로 인해 전 목사는 3학년 때 제적을 당했다. 도주하다가 전북 진안 대천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면서도 유신헌법 반대, 장준하 사인 규명 등의 ‘독재 정권 물러가라’는 설교 등 그의 민주화에 대한 행보는 어디서나 이어졌다. 

◈ 인생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고문과 교도소

1년 후인 1975년 10월 경, 국가는 아무런 연관이 없던 제일교포 유학생과 또 다른 이들과 전 목사를 연관시켜 학생운동 지도자라고 그를 긴급조치구호 및 국가보안법 등으로 붙잡았다.
1심에서 징역10년, 2심에서 3년, 결국 4년 3개월 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다가 1980년 1월, 박정희가 죽은 뒤 석방됐다.

인권 운동과 민주화 운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한 질문을 잇자 전 목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그는 “감옥에 가 고문 받으면서, 우리나라가 고문 없는 나라, 사람이살만한 나라, 평화스럽고 보안법과 같은 악법이 없어지는 모두가 평등하고 아름다운 살기좋은 민주주의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가장 큰 기억에 남는다”고 말을 이었다.
물고문과 전기고문, 빨가벗기고, 때리고... 상상하지 못하는 모든 종류의 고문을 받았다고 했다.

◈ 인권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전성기, 5.18 민주화 운동 시절 서울에서

1980년 징역살이 이후 한신대학교에 복학했다. 학교를 다니다보니 징역살이를 한 사람이 많아서, 한신학교를 비롯한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시위를 많이 했다. 주로 복학생들이었다.

전 목사는 이제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앞장보다는 뒤에서 데모를 어떻게 하라고 얘기했는데, 5.18이 일어나 전국 계엄을 확대하면서 경찰이 그를 쫓았다. 밖으로 나타나지도 드러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잡아갈 일이 없지만 그는 피해야만 했다. 1년 반 동안수배 당해 도망다니다가 결국 붙잡혔고, 81년 10월 경 한국교회협의회(ACC) 총무 김서영 목사가 보안사에 보증을 해준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5.18 당시 그는 주로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다. 이전부터 활동을 했기 때문에 또 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또다시 수배를 당했다. 김대중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는 또 배후 조정자로 수배를 당했다. 도피생활이 연속됐다.

◈ 전북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서

도피 과정 이후 1982년 7월에 전북 김제 제월교회로 내려와 전도사로서 목회에 열중했다. 1984년 6월에 전북의 모든 민주화 운동 단체가 합해진 하나의 조직인 전북 민주화운동협의회가 발족됐다. 당시 초대 의장이 됐다. 그때 함께 하던 사람들이 이광철 국회의원, 노동길 의원, 오두희(안나)씨, 박순이(아녜스)씨.전주의 박정훈씨 등도 함께 했다.

이어 전북의 노동운동, 학생운동 등 모든 투쟁과 집회 때마다 격려와 지지를 위해 불철주야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1984년 10월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서울로 다시 교회 목회자리를 옮긴 뒤 85년 4월에 서울의 한 교회로 갔다.

◈ 익산과 인연,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자

1985년에 서울로 간 뒤 1987년에 익산으로 처음 내려왔다.

익산에 연고는 없고 공단지역에 노동자들과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교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양교회 앞 3층 건물에 세를 얻어 교회를 개척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1987년) 과정에서도 계속 민주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힘썼다.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하다가  이리익산민주화운동협의회가 조직되면서 대표를 맡았다. 당시 손인범씨 전교조가 사무국장을 맡았다. 끊임없이 노동운동 농민운동, 전교조 운동 등을 지원해줬다. 이후 1992년 민주주의 민족통일 익산연합이 바뀌면서 92년 대통령 선거 시 민주정부를 수립하자고 해 같이 시민사회단체로서 참여했다.

1998년에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목회 소임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 평화통일을 위해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한 때 대표로도 활동했다.

◈ 6월 항쟁 성공이 가장 보람

전 목사는 6월 항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광주 살인자들, 전두환 등, 광주학살자 처벌 만큼 보람된 일은 없었다.

광주항쟁 자체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고 6월 항쟁이 승리해 민주헌법이 만들어지고, 공화정이 만들어져 일단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던 점이,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한 것이 보람되고 항상 그것에 대해 잘 참여해서 큰 결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미흡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익산에 대해 한 말씀

87년 익산에 온 이후, 익산이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쳐 중심지가 여산, 금마, 함열, 함라 등 여러번 바뀌었고, 여러개 있었다. 익산은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 인물도 많고 교통이 발달해 단결된 중심이 있는 전주와는 달리 익산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익산사람들이 익산의 모든 민주세력이나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익산을 바르게 하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고, 익산이 변화되어 익산이 우리민족과 나라에 중요한 계기를 삼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 종교계에 한말씀 해주신다면,

종교가 민족과 사회에서 가장 억눌린 사람을 위해 일하고, 민족의 문제를 자기문제로 안고, 종교가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데 종교가 종교 테두리 안에서 매몰돼 민족문제 등에 도외시하는 것이 안타깝다.

◈ 현대사회에서 민주화는 어떤것? 로운 민주화를 바란다면

경제민주화는 민중이 주인,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는 돈 있는 사람이나 지배자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언론자유가 되지 않고 있는 현대는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언론자유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MBC YTN KBS 등에서 노조들이 투쟁을 많이 했는데도 아무런 개혁자체가 일어나지 않고, 그것에 대해 국회에서도 청문회를 한다 해놓고 하지 않고 있다.

언론 자유가 주어지고, 국민과 약자들이 인간 대우를 받고 노동조합이 발달해 단결권을 보장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 가면 갈수록 공평한 사회가 되고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약해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너무 심해지고, 노동분배율이 떨어지고 있다. 언론의 자유로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현대의 민주사회라고 생각한다.

더욱 바라는 일이 있다면, 정전협정이 폐기돼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책돼 통일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