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익산예수보육원 원장 K목사로부터 지난 3일 자진 폐업신고서를 받아 6일 해당시설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3일자로 아동 28명에 대해 관내 아동양육시설(15명)과 장애인시설(8명), 공동생활가정(2명), 가정위탁(3명) 등에 분산해 전원조치했다. 사진은 문 닫힌 예수보육원.
익산예수보육원 두 목사부부의 행태가 본보의 보도(5월 20일, 27일자)에 이어진 익산경찰의 수사로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병에 걸린 장애아동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아동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 수급 수당 등 1억4천만원 상당을 횡령한 보육원장 K목사(52)에 대해서는 경찰이 구속했다.
이 보육원을 공동 운영해 온 그의 아내인 H목사(48)와 종사자로 등록된 그의 두 딸(23세와 20세), M교회의 장로(67) B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인 이 두 부부 목사는 예수보육원과 미혼모의집 사랑둥지 등을 공동운영하면서 뇌병변 장애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장애아동을 6개월 간 방치해 말라죽게 만들었다.
조사결과 죽은 장애아동 권군(6세)은 사망 당시 보육원장이 거주하는 방에 있었다. 다른 방문자들이 그를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로결석과 장폐쇄 증상이 있었던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장 안에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동은 사망 직전까지 먹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고통을 앓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자신의 방에 데려다 놓고 함께 잠을 자던 이 부부 목사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는 대목이다.
K목사는 또, 자신의 딸과 M교회의 장로가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그들의 통장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면서 보호아동 29명에게 지급되는 생계비와 수당 등을 횡령했다.
경찰이 밝힌 금액만 1억4천만원. 2008년부터 5년간이지만 이들이 처음 보육원을 운영한 2001년 3월부터 시작하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목사는 교회 장로로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임대하고, 부인 H목사는 같은 기독교장로회 교단 소속 다른 목사로부터 사회복지사자격증을 임대해 미혼모의 집을 운영했다.
미국으로 유학간 딸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근무도 하지 않는 M교회 장로 명의의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5년 간 1억여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횡령했다. 이 돈이 모두 아동들의 생계비였다.
경찰은 이밖에도 후원금 등 또 다른 횡령과 아동학대 방임 등에 대해 수사를 하기 위해 K목사를 구속했다. 아직 경찰이 밝히지 않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간의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부부 목사의 위선
K목사와 그 부인 H목사는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H목사 부부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고, 운동치료사를 불러 복부마사지를 했으며, 정성을 다해 돌봤다"고 진술하고 있다. 정성을 다해 돌봤다는 아이의 시신은 아프리카 난민과 같이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었다.
부인인 H목사는 "(숨지기 전날에) 날이 밝는 대로 병원에 입원 시켜서 치료를 받아봐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잠깐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뼈만 앙상하게 남는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또 야간에 응급실에 갈 생각은 왜 안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변명으로 일관하는 부부 목사에게는 반성의 기미조처 찾을 수 없다.
K목사 부부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2001년 당시 처음 키우기 시작한 장애아동 김군(12)이다. 이 아이는 현재 한쪽 눈에 안구가 없고 다른 한쪽 눈은 실명한 장애아동이다.
K목사는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미혼모를 통해 낳은 장애아를 2001년부터 10여년이 넘게 키우고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명분을 주장해 왔다. 누가 보아도 선의의 목사님이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버려진 실명 장애 아동을 돌보는 종교인이자, 사회복지사. 존경받을 만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우선 2001년 당시 훌륭한 장애인 시설이 전국에 널려 있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아동에 대한 연민이 있었고, 종교인으로서 또 사회복지사로서 그가 처한 열악한 환경이 아닌 보다 더 낳은, 훌륭한 장애인 시설로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이행치 않고 장애 아동을 씽크대에서 씻기는 등 비인간적인 취급을 해왔다.
▶ 5급 사회복지직 신설과 사회복지 관련 담당 6급 늘려야
익산시의 경우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주민생활지원국의 희망복지지원과, 기초생활보장과, 경로장애인과, 여성청소년과 이 네개의 부서와 각 읍면동이다.
여기에는 사회복지직 과장이 단 한명도 없다. 업무를 관장하는 책임자가 사회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지휘가 이루어질리 없다.
뿐만 아니라 익산시청 본청에는 6급 담당(계장) 18명 중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단 5명(27.7%)에 불과하다.
예수보육원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여성청소년과의 경우도 5명의 6급(계장) 중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하다.
행정직의 경우도 익산예수보육원 시설을 담당하던 아동청소년계에도 공무원이 배정돼 있지만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다.
7급 공무원 역시 행정직 공무원이다. 그는 혼자서 50여개의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이곳의 회계서류나 시설 상태를 관리감독하는 부분도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지나치게 많은 복지업무로 인해 현장감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은 익산시의 부족한 인력진단과 업무진단이 부른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익산시 전체 예산의 삼분의 일을 다루는 사회복지 업무에 대한 인력분배, 예산편성 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여성청소년과의 경우 기피부서로 분류되고 있어 행정직이든 사회복지직이든 떠나기만 급급해 하는 부서로 알려지고 있다. 주무과인 희망복지과를 선호하는데 이는 근무평점과 고가의 인사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는 낮은 근무평점을 받으면서 인센티브 없이 책임만 져야하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여성청소년과를 떠나려고 한다는 데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의 지속성과 전문성이 현저히 낮다. 또한 전문성과 마인드 부족으로 행정 서류만으로는 잘못을 발견하기 보다는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당(6급 계장) 직급에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을 배치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 경우 행정직들이 반대가 예상되고 있다. 주무담당 또는 행정직들이 주무계장으로 자리하는 것에 대해 승진의 기회로 삼기 때문인데, 승진과는 관련없이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사를 주관하고 있는 행정지원과의 효율성 있는 인력진단과 업무진단도 고려해야할 내용이다. 사회복지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 대부분이 인사부서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회복지 업무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인사부서에 배치되는 것도 필요하다. 익산시 예산 전체의 삼분의 일을 다루면서 인사부서에 사회복지 경험이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사회복지 관련 부서의 6급 담당(계장) 자리만큼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 익산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 사회복지 업무에 따른 인센티브 늘려야
사회복지업무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담당하든, 행정직 공무원이 담당하든지 간에 중요한 점은 업무가 과중하고 인력이 태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우선 익산시의 인력지원과 효율적인 인력배치를 통해 과중한 사회복지 업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의 공무원이 하루 동안 소화해낼 수 있는 업무량을 계산, 효율적인 인력배치가 필요하다.
업무량이 많을 경우 인사점수에도 반영될 수 있는 인센티브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익산시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
▶ 무관심으로 일관한 지역사회 병폐
익산의 예수보육원 사태에 대해 지역 여론은 "과거부터 문제가 심했다"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아동 전문기관인 굿네이버스 익산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여러 차례 제보가 있어왔다는 전언이다. 또한 그동안 이 시설을 담당했던 공무원들과 동사무소 관계자들, 봉사자들, 후원자들 대부분이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로 여겨 넘겨오는 지역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에 대해서도 이를 사회적 병폐로 진단하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흐름을 익산시와 익산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시민 모두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오삼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