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야광조끼와 야광봉을 든 무리들이 남중동 골목길을 배회하고 있다. 자꾸 더 어두운 곳으로 가 손전등을 비추며 자세히 살피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이들은 바로 대한민국 제1호 여성친화도시 익산의 밤길을 지켜주는 우리동네 안전지킴이들. 늦은 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동네 안전지킴이’는 최근 여성납치, 아동성폭력 등과 관련한 뉴스가 증가하자 주민 스스로 내가 살고있는 지역의 안전을 챙기기 위해 조직했다.

익산시가 올해 1월 사업공모를 통해 남중동, 낭산면 2개소를 ‘우리동네 안전지킴이 사업’대상지역으로 선정하자 주민들은 안전지킴이를 구성,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동네 순찰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중동 우리동네 안전지킴이는 주민들이 31명 3개조로 편성돼, 매주 화·목요일에 남중동 국민생활관 일원, 시청~남중동주민센터 사이길, 제일산부인과 인근 골목길을 구석구석 돌며 동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3월 낭산면과 남중동 75명의 주민으로 구성된 이들은 6월 현재 93명이 활동하고 있어 주민들의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안전지킴이 요원으로 처음부터 활동해온 박도삼 씨(남중동 65세)는 “내 집 살피듯 내 손으로 동네안전을 챙길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고, 동네를 돌다보니 챙길 것을 많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전순찰뿐만 아니라, 인도에 잡풀이나 쓰레기 불법투기 등도 동 주민센터와 시청에 알려서 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동네 주민을 대표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얘기하고 시정하다 보니 사명감 같은 것도 생겼다.”고 전했다.

안전지킴이 요원으로 박 씨와 함께 활동해 온 안전지킴이 요원들은 “3개월 밖에 안됐는데 습관이 된 것 같다. 요즘 아동이나 여성과 관련한 흉흉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힘들어도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걷기 건강교육을 받아 올바른 걷기실천으로 건강까지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전지킴이 요원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자영업, 주부들이다. 낮에 일을 하고 밤늦게 순찰을 도는 게 힘도 들고 쉽지 않지만 이젠 습관처럼 화, 목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순찰복장을 하고 골목길로 모여든다.

그리고 지난 17일 저녁에는 북초등학교 주변에 풀도 뽑았다.

평범한 주민들로 이뤄진 우리동네 안전지킴이. 내 가족과 우리 동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은 오늘도 야광조끼와 경광봉을 들고 어두운 밤 골목길을 힘차게 나서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