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종합 > 사회 >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 지체상금 어떻게 결론나나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 지체상금 어떻게 결론나나

▲ 가축분뇨처리 골치 썩듯 지체상금도 냄새 진동

91억2,596만원에서 1억4,900만원까지 내려간 지체상금
익산시, “법대로 부과해 정상 납부 받아” 협약부터 문제
도 감사실, 중재원 판정을 수용하고 가벼운 ‘훈계’ 방침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 700톤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분뇨 배출로 인한 실효성 문제, 처리장 유입수질을 맞추기 위한 물 타기 행태, 방류수의 수질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문제 등 잦은 문제점이 발생해 항간에 오르내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지연 배상금 문제가 또다시 심한 악취를 풍기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당한 배상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부과하고 그에 따른 논란이 일자 일관되게 산정 금액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던 익산시가, 오히려 당초 부과했던 금액의 약 10분의 1밖에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이러한 결과를 즉각 수용하고 바로 부과해 납부 받아 마무리 지었다. 이는 익산시 행정의 안일한 대처라고 보기에는 과한 결과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보다 여태껏 제기됐던 유착 의혹에 더 무게를 실어주게 되는 결과로 보는 게 십상일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됐던 왕궁가축분뇨처리장의 지체상금에 대해 어떤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쟁점별로 들여다보았다.

◇ 91억원 vs 11억원

지난 2008년 왕궁지역의 축산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추진된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은 민간투자방식으로 총 사업비 424억3천4백만원이 투입된 사업이며 뉴워터주식회가가 시공을 맡았다.
그러나 뉴워터는 계획된 준공기일에 맞춰 목표한 방류수질을 맞추지 못했고, 233일이 지난 2012년 3월 31일이 돼서야 준공허가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준공지연에 대한 배상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지체상금이 논란이 됐던 것은 익산시가 부과한 11억2천여만원에 대한 산정기준 때문이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약 91억원에서 약 11억원까지 80여억원이라는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뉴워터주식회사와 맺은 실시협약에 따라 지방계약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간투자법에 따라 기성금지급분 350여원 및 준공기간을 연장해 준 저류조공사비(25억여원), 진입도로 개설공사비(7억원)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11억2천485만원만 부과했다.

하지만 익산시와 뉴워터주식회사가 맺은 실시협약서 제29조(지체상금)에서는 지방계약법에 따르도록 명시돼 있고 그에 따라 정상적으로 산출하면 91억2,969만원을 부과하도록 돼있어 80억원 가량의 배임논란이 일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익산시가 지체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가 가능한지 행자부 직원과 도 감사관실 직원, 변호사에게 구두로 문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익산시의 자의적 해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협약대로 조치하면 될 일을 익산시가 의도적으로 공제하기 위한 노력을 굳이 해야만 했느냐는 물음이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나자 감사원은 익산시의 지체상금 부과가 잘못됐으며 지체상금 산정은 협약서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취지로 도 감사실의 정밀한 감사를 요구하며 지난 4월 사안을 이첩했다.

◇ 중재안이 1억4천9백만원?

익산시의 지체상금 부과에 대한 사안을 이첩 받은 도 감사실 역시 처음엔 감사원의 의견과 궤를 같이했다. 그리고 조사에 착수해 감사를 진행하던 중 뜻밖의 문건을 익산시로부터 제출받았다. 그 문건은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사항이었다.

도 감사실에 따르면 중재원의 판정은 뉴워터주식회사가 준공지연에 대한 배상 책임이 1억4천9백만원을 초과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한 지체일 수 233일 중 단 31일만 책임이 있고 나머지는 협약에 따른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중재법에 의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판정에 따라 11억2천여만원의 부과금액이 1억4천9백만원으로 대폭 경감된 황당한 결과가 돼 있었던 것.

더구나 이런 결과는 지난 1월 뉴워터주식회사가 익산시가 부과한 11억2천여만원이 과도하다는 취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가져가 얻은 결과였다. 당시 중재과정에서도 익산시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가 됐다. 뉴워터에서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중재에 임했지만 익산시는 담당 공무원이 중재에 참여했던 것.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참여해 결과적으로 뉴워터에게 유리한 상황을 유발한 것도 모자라 판정이 내려지자마자 그대로 부과해 2월 7일 1억4천9백만원 전액 납부 받았다.

그러니까 익산시는 논란 속에서도 일관되게 고수했던 11억2천여만원의 부과금액조차도 받아내지 못하고 10분의 1수준밖에 건지지 못한 것이다.

◇ 실시협약을 사업자 입맛대로 적용

감사원과 도 감사실도 이런 사항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익산시는 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중재원 판정에 대한 사실은 소명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슬그머니 내놓았다.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감사를 방해한 사실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도 감사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고 중재원의 판정을 전부 수용하는 한편 익산시에게는 가벼운 ‘훈계’처리만 내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익산시가 공모와 실시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민원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계약을 맺은 점만을 문제 삼는 것으로 결론을 모은 것이다. 그 결과 약 90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누구도 문책당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익산시는 사업추진 당시 제3자 제안 공모를 통해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업자를 모집했고 그에 따라 뉴워터주식회사와 실시협약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민간투자법과 배치되는 내용이 실시협약 상에 들어가게 됐고 그래서 사업자의 민원을 야기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체상금을 지방계약법에 따르도록 명시한 실시협약이 상호간 체결한 계약사항이라는 점에서 공모 당시 제안보다 우선해야 된다는 점이 감사원의 해석이었고 그러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체상금을 물려야 할 익산시가 소극적이고 안이하게 대처하다 계약상 불리한 책임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시협약 상의 문제는 또 있다. 국토연구원의 용역으로 작성됐다는 협약서에 지체상금과 같은 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중재원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부분이나, 중재원 판정에 대해 법률적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은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재법 제36조에도 중재 판정에 대한 취소의 소를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익산시는 협약을 맺으면서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뉴워터는 11억2천만원의 지체상금도 물지 않겠다고 중재원으로 가져가 결국 1억4천9백만원의 책임 판정을 받아냈다. 그 얘기는 익산시가 91억2,969만원을 부과해도 될 지체상금을 11억2,485만원만 부과하겠다고 노력하다 결국 1억4천9백만원 밖에 못 건진 꼴이 됐다는 얘기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