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착공 불투명.. 강제수용 절차 시 물리적 마찰 예고

지난 27일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부지에 편입된 토지주들이 LH의 보상가가 너무 낮다며 LH익산사업단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속보>왕궁면에 조성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 부지에 편입된 토지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LH가 보상금으로 제시한 금액이 “빼앗는 것과 다름없는 강도짓” 수준에 이른다며 집단으로 수용거부를 비롯한 식품클러스터조성 반대 투쟁에 나선 것.(본보 9월 2일자 1면 보도)

지난 27일 국가식품클러스터주민대책위(위원장 소길영)를 비롯한 토지주 2백여 명은 LH익산사업단과 익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당한 보상금 책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토지주들은 감정평가 결과가 기대보다 터무니없이 낮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식품클러스터조성을 원천 반대하더라도 절대 수용불가의 입장을 피력했다. 적정한 보상금액으로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앞으로 강제수용 절차가 시작된다면 물리적 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제2의 ‘용산사태’가 야기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에 LH는 절차에 따라 2개월간의 협의보상 기일이 지난 후 11월 중순 경 미계약자에 대해서 토지수용재결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후 토지주들의 이의재결 신청 등이 이어지고 강제수용 절차 등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식품클러스터의 연내 착공도 불투명해졌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을 맡고 있는 LH는 지난달 부지 편입 토지와 지장물에 대한 감정평가를 마무리했으며, 9월 13일부터 토지주들에 대한 개별 통보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주민들이 주장하는 요구액보다 낮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며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치는 고사하고 도저히 수용 불가한 액수가 책정됐다고 주민대책위는 밝히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주민대책위는 보상가 책정이 토지주들의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대책회의를 통해 보상액 수령 집단 거부를 결정했다.

한 토지주는 “설마 했는데 보상액으로 책정된 서류를 받아보니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게 낮게 책정됐다”며 “20만원을 줘도 팔지 않을 땅을 8만원에 내놓으라면 누가 좋겠다고 할 것이며 현재 책정된 보상가로 다른 지역에 그만큼의 땅을 구입할 수 없으니 강도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LH가 주민들에게 통보한 보상액은 전·답의 경우 3.3㎡에 평균 6~7만원이며 대지는 12~13만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주민들이 요구해왔던 전답 15만원, 대지 20만원 이상이라는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더욱이 영농보상액까지 포함된 액수여서 토지주들의 실망이 더욱 컸다.

감정평가 절차와 과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주민대책위는 보상가가 무리하게 저평가된 배경으로 당초 보상규모를 약 8백억원 가량으로 정해놓고 그 예산에 짜 맞춰 감정 결과를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총 보상액이 소폭 오른 정도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세 곳의 감정평가기관이 따로 감정하지 않고 함께 다니며 조사하고 결과를 내놓은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용역을 주는 LH의 입김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토지주들이 의견 반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주민대책위는 LH익산사업단과 익산시청을 오가며 집회를 열고 적정가 보상을 촉구하는 한편 집단으로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으며 앞으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보상액을 수령해 계약을 마친 토지주는 총 5백 명 이상의 토지주 중 극히 일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익산사업단 관계자는 “감정평가는 LH에서 추천한 2개 법인과 주민들이 추천한 1개 법인에서 이뤄졌으며 공시지가의 2배 이상으로 산출될 정도로 현실 가격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들어간 결과”라며 “현재 매일 10명 정도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으며 추후 2개월의 협의보상기간이 끝나면 수용위원회의 재결을 신청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가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대책위 허정우 사무국장은 “익산에 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얘기에 얼마간의 희생도 감수하려고 했던 순박한 농민들이 뒤통수를 맞고 쫓겨나게 생겼다”며 “법적인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주민들을 강제로 진압해 몰아내는 등 마찰이 벌어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식품클러스터 조성이 누굴 위한 사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