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죄사실 모두 인정.. 조합장직은 유지 “납득하기 어려워”

익산농협 이완구 조합장이 ‘상대방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심리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조합장의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해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하고도 이를 유예, 조합장직을 유지케 함으로써 이례적인 판결에 대한 적지않은 논란을 초래했다.

전주지법 제4형사부(강상덕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상대방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농협협동조합법 위반)로 기소된 이 조합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원심을 깨고 벌금 3백만원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선고유예’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는 피고인이 법원으로부터 지정 받은 일정 기간 동안 추가 사고를 범하지 않을 경우 형을 면제 받는 제도로서 이 조합장은 앞으로 문제없이 2년이 경과하면 유죄로 인정된 형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이 조합장은 농협 통합선거가 실시되는 2015년 3월까지 조합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농협법에 따르면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될 경우 당선무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당초 이 조합장에게 불리할 것으로 점쳐졌던 예상을 뒤엎은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전임 L 조합장이 뇌물수수로 인해 자격이 상실되자 자신의 재판이 진행되는 중임에도 2011년 치러진 보궐선거에 출마해 조합장에 당선됐다. 이후 2012년 2월 진행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자 이 조합장은 자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농협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해 장기간 2심 재판이 연기됐다.

그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올해 7월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2심 재판이 속개됐고 헌재 판결의 영향으로 이 조합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8일 2심 재판부는 이 조합장의 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이 조합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재판부는 “이 조합장에게 비방목적이 있었고 내용에 허위사실이 있음이 인정됐으며 인쇄물을 통해 경쟁 후보자를 비방한 범행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 했다.

다만 재판부는 “적시된 사실이 대부분 사실인 점, 범행에도 불구 경쟁 후보자가 당선돼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피해자가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등을 감안해 ‘선고유예’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예상외의 판결이 나오자 지역 일각에서는 판결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형편이다.

한 시민은 “법원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선고를 유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자 봐주기 식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법원이 밝힌 양형 이유는 해당 재판과 아무 상관없는 일일 뿐이며, 마치 범행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니 죄가 없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