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지역의 독립운동사에 관한 재정비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계승·발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기념사업 단체들이 세개로 분열돼 파급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역사의식을 재확립하고 재조명하는 일에는 폭넓은 활동이 요구되는 만큼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로 대립하는 구도를 벗어난 통합기구 발족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익산시는 올해 2월 독립운동 정신 계승 발전을 위한 독립운동사 연구 학술 조사 용역을 실시했다.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내년 본예산에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이후 구체적인 사업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사업이 정지작업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취지로 설립됐지만 방향성이 서로 다른 3개의 단체는 사업 단초부터 기념관 건립지역을 놓고 각자 다른 주장을 펴며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익산시독립운동기념사업회(대표 황성근 목사)와 익산4·4만세운동기념사업회(대표 전영철 목사), 익산의병기념사업회(회장 이용희 장로) 등이 그 단체들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는 내년 사업추진이 가시화되더라도 착수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로 사업이 장기간 공전될 공산이 높은 실정이다.

4·4만세운동기념사업회 전영철 목사는 “익산4·4만세운동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3·1운동에 못지않은 익산의 대표적인 독립운동이다. 4·4만세운동의 의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산면 소재의 남전교회 성역화 사업과 주현동 만세현장 기념공원 조성 및 체험전시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독립운동기념사업회 황성근 목사는 “4·4만세운동이 익산 지역의 독립운동으로써 큰 의의와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1운동과 마찬가지로 독립운동의 한 부분이다”며 “남전교회가 아니라 실제 만세운동의 현장인 주현동 일대(현 남부시장)에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주현동에 세워진 순국열사비의 관리를 도맡아 온 바르게살기운동익산시협의회 송계주 부회장은 “숭고한 희생과 역사를 조명하고 되새겨 계승·발전시키는 사업인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역사의 현장인 남부시장 일대가 주 무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병기념사업회 이용희 장로는 “독립운동과 의병운동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나라를 빼앗기기 전 무장을 전제로 한 의병운동과 나라를 빼앗긴 후 비폭력을 원칙으로 진행됐던 독립운동은 그 시기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며 “독립운동과 별도로, 의병운동 나름대로의 기념관 건립 등의 기념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다. 내년 기본계획 연구 용역의 결과가 나오면, 연구 결과에 따라 부지 선정 및 기념관 착공 등이 이뤄질 것이다.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총 예산은 5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4·4만세운동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남전교회와 실제 만세운동의 현장인 주현동 남부시장 일대 모두 고려하고 있다”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