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지표조사 필요.. 브랜드가치 높일 공존방안 강구해야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산업단지 조성에 앞서 마한백제 문화유산의 보존과 식품산단의 이미지를 고려한 공존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클 조성 부지인 왕궁면 흥암리 일원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익산 역사유적지구에 인접해 있어 마한과 백제를 비롯한 청동기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곳이다.

만약 문화재 지표조사 과정에서 유적지와 유물이 쏟아질 경우 그 처리 방법에 따라 산단 조성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따른다. 더욱이 익산은 마한백제 문화유산이 풍부하게 현존하는 지역이며 그와 관련해 익산시도 ‘고도(古都)익산’을 기치로 문화도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가 식클 조성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산단 조성에 앞서 부지 내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및 보존 대책과 식품산단과 문화유산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 제시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약 232만㎡(70만평)에 달하는 식품클러스터 부지는 왕궁리유적과 제석사지 등 백제 유적과 인접해 있으며 금마면을 중심으로 발달한 마한과 백제의 역사문화 권역에 해당한다. 청동기시대 군락지를 비롯해 각종 유물의 출토 가능성이 굉장히 높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발굴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륵사지를 비롯해 익산의 여러 발굴 현장에 참여했던 이신효 학예사는 “익산시는 어디를 파더라도 청동기시대를 비롯한 백제문화 유물이 나올 정도다”며 “특히 왕궁과 금마 지역에 인접해 있는 식클 부지의 경우 그 가능성이 더욱 커서 많은 양의 유물이 출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마면 서동공원에 위치한 마한관은 올해 수장고를 증축해 앞으로 식품클러스터 부지 등에서 출토될 유물들의 보존 및 보관에 대비하고 있으며, 익산시는 식품클러스터 착공시기에 맞춰 문화재 지표조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왕궁리유적전시관에 따르면 지표조사 과정에서 발굴되거나 출토된 문화재는 발굴 유적의 규모와 가치 등을 따져 세 가지 유형으로 보존 처리될 전망이다. 먼저 유적을 현상 그대로 그 위치에 보존하는 방법과 그대로 다른 위치로 옮겨서 보존하는 방법, 출토된 유물만 옮겨 보존하는 방법이 고려된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지역인데다 산단 조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제대로 된 발굴조사가 미처 이뤄지지 않고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어 일련의 과정에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식품클러스터의 이미지를 고려해 고대 문화유적지와 식품을 연계해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식품산업단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마한백제 문화가 공존하는 관광지로서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후 문화재 지표조사나 발굴 과정에서 식품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일부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과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문화계에 몸담고 있는 오 모(42)씨는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개발논리에 따라 천사백년을 내려온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고도 익산이라는 문화적 가치와 찬란한 이미지를 식품클러스터의 브랜드화에 사용한다면 윈윈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