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 절제해야.. 법의 틀 벗어나면 국가 폭력

지난 4일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이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 ‘과연 헌법에 합치하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하며, 전교조 전임자 학교 복귀명령 등 교육부의 후속조치를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4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이후, 교육부의 후속조치 이행방안은 크게 전교조 전임자 30일 이내 학교 복귀, 체결된 단체협약 무효화 및 단체교섭 중단, 전교조 지부 퇴거 조치,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등이다.

김 교육감은 이와 관련해서도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통보한 정부의 방침은 법 집행 명목의 법 위반 행위이며,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고자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팩스 한 장의 통보로 6만여명의 전교조 조합원들의 모든 법적 권리를 박탈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22일 “정부의 전교조 규약 시정요구는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노조법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고,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행정당국이 노동조합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며 수차례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조차도 올해 2월 “법외노조 통보조항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있어 근거가 약하고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육감은 노조 전임자 복귀명령에 대해서 “이는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시·도교육감들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사안으로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전교조가 행정법원에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만큼 교육부의 요구대로 당장 인사조치는 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이미 체결한 단체협약의 무효화는 “이미 단체협상이 끝나 현재 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단체협약을 법외노조라 해서 무효화할 것인지에 대한 현행법상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무효화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뜻을 밝혔다.

전교조 지부 퇴거 조치에 대해서는 “무상임대는 전교조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법외노조라 하더라고 교원노조로서 실체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만큼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는 다각도로 검토할 사안이지만,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도 동호회 회비를 본인이 동의하면 원천징수하고 있는 만큼 조합원 수 6만여명의 전교조에 대해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더불어, 그간 청렴과 혁신을 주창하며 추진해왔던 교육정책과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나, 전라북도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의 위치에서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이든지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교육감으로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님을 도민들이 알아주실 것이라 믿는다”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소통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갖도록 하겠다. 서로 의견을 전달하고 반응을 지켜보는 과정 속에서 바른 교육정신을 지키면서 현실에도 소홀하지 않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전북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법외노조 통보이후 교단이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활기가 넘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북지부에는 지난달에만 전교조에 새로 가입한 교사가 50여명에 달하고 있다. 현재 ‘전교조지키기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매일 전주시 전교조사거리와 세이브존 앞에서 거리선전을 진행하고 있고, 아중리 노동청사 앞에서는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경기전에서 시국회의와 함께 민주주의 지키기 촛불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각 학교분회에서는 학교담장에 ‘참교육 25년 전교조는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으며, 공투본에 참여한 단체들 모두 각자의 사무실이나 주변에 현수막을 게시하며 도민들에게 전교조 탄압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송승욱 기자